오늘 김선우의 투구는 마치 상대편 덕아웃에 있는 코리안메이져리그의 '큰 형님'인 박찬호에게 시위라도 하는 것 같았다.
9월 9월(이하 한국시간) 샌디에고의 홈구장인 펫코 파크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김선우가 지난 LA 다져스전 6이닝 1실점 호투에 이어 오늘경기에서도 6이닝 6안타 2실점(4삼진 무사사구)의 빼어난 호투를 보이며, 콜로라도의 선발 굳히기에 들어갔다.
특히나 돋보였던 것은 무사사구였단 점과 더불어 6회까지 79개의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동안 스트라이크만 53개를 꽂아 스트라이크의 비율이 67%가 될 정도의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는 것이다. 방어율 또한 종전 4.50에서 4.34로 낮아졌다.
하지만, 소속팀인 콜로라도는 2:2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구원으로 나온 아사베도가 샌디에고 3번타자 픽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 2:3으로 석패했다.
이로써 샌디에고는 70승 69패로 지구 1위와 더불어 플레이오프 진출 굳히기에 들어갔고, 콜로라도는 56승 83패를 마크 여전히 내셔날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를 이어갔다.
2회 연속안타 허용을 위기를 맞은 김선우
샌디에고의 브라이언 로렌츠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 김선우는 1회에는 최고구속 96마일(155km)의 직구위주로 '힘있는 피칭'을 전개해 나갔다.
1번 로버츠를 2S에서 3구만에 2루 땅볼로 잡아낸 김선우는 이후 로레타를 우익수 플라이 - 3번 픽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간단하게 끝냈다.
그러나 너무 출발이 산뜻해서였을까? 위기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2회말 선두타자 브라이언 자일스를 2S1B에서 헛스윙삼진을 잡을때만해도 거칠 것이 없어보였던 김선우. 하지만, 5번 렌더를 시작으로 벤 존슨 - 그린 - 에르난데스에게 연속 4안타를 허용하며 2점을 먼저 실점했다. 결국 주자없는 상황과 주자가 나간 셋포지션에서의 제구력의 미묘한 차이가 가져다 준 실점이었다.
그나마 이어진 1사 1-3루에서 투수인 로렌스와 1번 로버츠를 잘 막아내며 추가실점은 하지 않았다.
이후 김선우의 투구는 완벽했다.
3회말 로레타 - 픽 - 자일스를 모두 외야플라이로 잡으며, 깔끔하게 넘긴 김선우는 초반 직구위주의 피칭에서 벗어나 90마일대 중반의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 커브 - 체인지업 - 싱커등 다양한 레파토리를 적절하게 가미하면서 샌디에고 타선을 요리해나갔다.
4회말 랜더 - 벤 존슨 - 그린을 각각 외야플라이와 삼진 - 유격수 직선타로 삼자범퇴시킨 김선우는 5회말에는 선두 8번 에르난데스를 우중간 안타로 출루시키며 무사 1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범타로 요리했다.
한편, 마운드에서 김선우가 호투하던 사이. 지루할 정도로 터지지 않던 콜로라도 타선도 6회초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1사후 1번 마일스의 좌중간 안타로 포문을 연 콜로라도는 3번 헬튼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2루 상황에서 4번 할러데이가 로렌츠를 상대로 초구에 우중간 3루타를 때려내면서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인. 2:2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계속된 2사 3루에서 5번 호프가 삼진으로 물러나 역전에는 실패했다.
동점에 힘을 얻은 김선우는 6회말 픽을 삼진으로 잡은 후 자일스의 안타와 패스트볼로 1사 2루 위기를 맞았지만 5번 랜더와 6번 벤 존슨을 모두 내야땅볼로 잘 처리하고, 7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대타 호세 피드라로 교체되며, 아쉽게 승리는 기록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넘치는 체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 이젠 선발로!
콜로라도 한 지역신문에서 "김선우에겐 7이닝까지 꾸준한 구위를 유지하는 것이 선발진 합류의 관건" 이라고 했듯 오늘 투구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오늘은 구위도 빼어났지만, 체력 소모의 주범인 '투구수'를 줄이기위해 과감하게 공격적인 피칭을 한 것이 앞으로 콜로라도 클린트 허들 감독에게 크게 어필했다고 할 수 있다.
콜로라도 이적 후 오늘 경기까지 세 번의 선발등판에서 16.1이닝에서 2실점의 빼어난 투구로 이젠 올 시즌 꾸준한 선발출장을 넘어 내년 시즌 풀타임선발을 위한 '써니'가 비췄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난 7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선발등판했던 '큰 형님' 박찬호가 5이닝 6안타 4실점(5삼진 4볼넷)의 부진한 투구로 시즌 7패(12승)을 당했을 때 가장 지적받았던 '소극적인 피칭'과는 정반대로 던진 김선우의 투구를 덕아웃에서 보면서 뭔가를 느꼈을거라고 생각된다.
워싱턴에서의 '시집살이'에서 벗어나 이제 콜로라도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개척해나가고있는 김선우의 기복없는 투구가 앞으로도 계속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