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격세지감. 이번 시즌 이강인(RCD 마요르카)을 두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스페인 라리가는 지난 26일(한국시간) 공식 SNS을 통해 '4월 이달의 선수' 후보 7명 중 이강인이 포함됐음을 발표했다.
마요르카 에이스 이강인은 4월 한 달 동안 총 5경기에 나와 2골을 터트리며 '이달의 선수' 후보에 올랐다. 특히 지난 24일에 열렸던 2022/23시즌 라리가 30라운드 헤타페전에서 멀티골을 작렬시키며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마요르카가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이강인은 후반 추가시간 무려 70m 가량을 질주해 페널티 박스 안까지 진입한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팀의 3번째 골을 만들었다.
마치 손흥민이 '푸스카스상'을 받았던 골 장면이 생각나게 만드는 원더골을 포함해 생애 첫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의 승리를 이끈 이강인에게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이강인 활약상을 인정한 라리가는 지난해 8월에 이어 다시 한번 이강인을 '이달의 선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이강인은 1골 1도움을 기록해 '8월 이달의 선수' 후보에 올랐으나 4골을 터트린 보르하 이글레시아스(레알 베티스)가 상을 거머쥐었다.
사실 이강인은 지난해 여름만 해도 상당한 위기를 맞았다.
전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밀린 뒤 온 마요르카에서도 입지가 불안했던 것은 물론, 한국 대표팀에서도 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이 불투명할 만큼 컨디션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한때 발렌시아가 자랑하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2018/19시즌 1군 명단에 포함된 이강인은 만 17세 253일 나이에 데뷔전을 가지면서 구단 역대 외국인 최연소 데뷔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9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에 참가해 골든볼까지 수상하면서 이강인의 미래는 탄탄대로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 암초를 만났다. 이 암초는 다름 아닌 피터 림 발렌시아 구단주였다.
당시 발렌시아를 이끌며 코파 델 레이를 우승한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전술상 이강인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 어려워 구단에 임대를 요청했지만 이강인을 적극 기용할 것을 원했던 림 구단주는 2019년 9월 마르셀리노 감독을 경질했다.
시간이 흘러 이강인을 대하는 림 구단주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2021/22시즌을 앞두고 임명된 호세 보르달라스 감독은 이강인과 함께하길 원했으나 림 구단주는 새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구단 최고 유망주였던 이강인을 FA(자유계약)로 풀어주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발렌시아를 떠난 이강인은 곧바로 마요르카에 합류했다. 마요르카에서 보낸 첫 시즌에서 이강인은 34경기 1골 3도움을 기록했는데, 교체 출전이 18경기라 2022/23시즌을 앞두고 이적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라리가를 떠날 수도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이강인은 팀을 떠나기 보다 마요르카에 남아 자신을 증명하기로 했는데,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새로 마요르카에 온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이강인의 재능을 단번에 간파한 것이다. 지난 시즌 주로 교체 멤버로 출전했던 이강인은 현재 마요르카 핵심 선수 중 한 명이다. 현재까지 리그 30경기에 나와 5골 5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득점 2위에 올라와 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 핵심일 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가장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 중 한 명으로 평가받으면서 벌써 애스턴 빌라,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프리미어리그 팀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출전 시간이 부족해 팀을 떠날 것처럼 보였던 이강인은 현재 '이달의 선수' 후보에도 오르는 등 라리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그 사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나서 도움도 올렸다. 이강인이 스스로 이뤄낸 대반전이다.
사진=EPA/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