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의 지극 정성이 '배구 여제' 김연경의 잔류를 이끌어냈다.
흥국생명 구단은 16일 김연경과 V리그 여자부 샐러리캡 최고 대우인 연봉 4억 7500만 원, 옵션 3억 원 등 총액 7억 7500만 원에 1년간 FA(자유계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김연경은 2022-2023 시즌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1위,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당초 중위권 전력으로 분류됐지만 김연경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컸다. 성적은 물론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김연경이 다음 시즌에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김연경은 지난 10일 V리그 시상식에서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원 소속팀 흥국생명을 비롯해 여러 구단과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연경의 거취를 둘러싸고 관심이 쏠렸던 가운데 결과는 흥국생명 잔류였다. 아본단자 감독이 김연경을 붙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 동행은 최소 1년 동안 더 이어지게 됐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아본단자 감독님이 김연경과 직접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3~4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독님께서 김연경과 전화 통화도 매일 하셨다고 하더라. 김연경 FA 계약에서 감독님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하게 남아달라고만 말씀하신 게 아니라 앞으로의 비전과 시즌 준비 전략, 팀 운영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시면서 우승이 가능한 팀을 만들겠다는 것도 강조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단순하게 감독님과 김연경 사이에 정 때문에 계약까지 이뤄진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뿐 아니라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시절(2011-2017) 아본단자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페네르바체 지휘봉을 잡고 김연경과 두 차례 리그 우승과 컵 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김연경은 아본단자 감독이 지난 2월 부임하자마자 "세계적인 감독님이 오셨다"며 반겼고 한국 배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2023-2024 시즌이 실질적인 V리그 데뷔 첫해인 상황에서 팀의 기둥 김연경 없이는 지난 시즌 불발된 통합 우승에 도전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김연경이 자신과 흥국생명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어필하는데 성공하면서 흥국생명은 2018-2019 시즌 이후 5년 만에 V리그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동력을 유지하게 됐다.
김연경도 구단을 통해 "감독님의 시즌 구상 계획이 내 마음을 결정하게 만든 큰 이유였다"며 아본단자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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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