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5.30 11:13 / 기사수정 2011.05.30 11:13
2010-2011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결국 바르셀로나에 돌아갔습니다.
경기결과, 내용 면에서 거의 완승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들의 축구가 현 세대 최고의 전력이며 아름다운 축구라는 것을 만방에 알리면서 우승컵을 들려올 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풀타임 출장, 그리고 몇몇만의 활약상이 좋았고, 맨유 선수들 대체로 본인들의 실력을 발휘치 못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박지성 선수는 그 중에서도 호평을 받을 정도의 활약을 펼친 것은 사실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너무나도 일방적인 듯한 느낌이라서 아주 미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승부처 5가지를 돌아봅니다.
■ 맨유의 압박, 사비의 후방지원으로 뚫어낸 바르셀로나
전반 10분까지, 맨유는 전방부터 압박하며 공격찬스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활기차게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소 불안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던 마스체라노-피케 센터백 라인은 당황한 듯한 기색을 보이며, 패스미스를 범하기도 하고, 맨유의 전방위적인 압박 속에 본인들의 패싱게임을 공격진까지 이어가기가 힘들었죠.
마치 지난 2009년 결승전과 약간은 비슷한 분위기의 경기 초반모습이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맨유의 압박의 효과는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는데요, 이것은 미드필더진 영에서 사비가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주는 모습에서부터가 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바르셀로나의 패스의 시발점이자 중추가 되어준 사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비는 공격진까지 공을 연결하기 어려워하는 수비라인을 위해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주면서 볼을 받고 패스를 뿌려주는가 하면, 두 센터백의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마치 스위퍼같은 역할까지 도맡아 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무너져 가던 수비조직력을 바로 잡아주는 키 가 되어주는 동시에, 전체적인 무게감을 잡아줬습니다.
이는 사비의 패싱마스터적인 기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바르셀로나의 전체 팀 패스의 시발점인 수비라인을 보호하면서 시작점까지 내려와서 볼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사비가 알아서 도맡아 해주었기 때문에 맨유의 초반 강한 압박을 풀어내는 데 성공했던 바르셀로나였고, 이것은 결국 본인들이 점유율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박지성에게 부여된 역할, 두 명을 동시에 막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이라면 박지성 선수에게 부여된 역할, 그리고 결승전에서의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가 결승전 이후 끊이지 않을 듯 같은데요,
우선적으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 부분은 박지성 선수가 이번 결승전에서 확실히 맡은 부분은 메시에 대한 견제였습니다.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실제 상으론 중앙에 위치하면서 왼쪽 측면으로는 종종 움직이는 모습을 가져갔던 박지성이었죠.
그러면서 박지성은 메시가 드리블을 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앞에서의 견제, 그리고 다니엘 알베스의 오버래핑까지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 박지성의 수비적인 역할, 긱스와 에브라의 지원이 필요했다.
이는 사실, 사실상 왼쪽 미드필더로 기용된 긱스가 알베스 선수를 어느 정도 수비해줘야 해는 부분이었지만, 긱스의 플레이 자체가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제대로 수행치 못한 감이 있었고, 박지성 선수가 알베스를 수비하면 에브라 선수가 메시를 견제, 박지성이 메시를 견제하면 에브라 혹은 긱스가 알베스를 견제하는 수비전술을 구사하기도 했지만, 메시나 알베스 그리고 여기에다 이니에스타, 사비가 가담하면서 세부적인 패스전술로 이들의 압박과 견제를 벗겨내면서 이러한 수비전술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전반전 동안은 박지성 선수의 '인트셉트'가 여러 번 나오면서 잘 막아냈지만, 후반 들어 약간의 체력적인 부담을 보이며 이들의 패스전개를 차단하기 힘들었고, 결국, 바르셀로나의 패싱플레이에 맨유는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발렌시아의 부진, 생각보다 뼈아픈 부분이었다
맨유의 공격, 아니 전체적인 팀의 위력은 좌우 윙어들의 플레이가 빛날 때, 더욱 불이 붙는 것이 특징이죠.
하지만, 결승전에서 발렌시아는 다소 부진했고, 이는 맨유의 공격, 수비 측면에서 매우 뼈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좌우 윙어들 박지성, 발렌시아가 수비적인 부분에 치우친 면,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막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이 있긴 했지만, 좀 더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는 역습공격전개 면에서 발렌시아는 공을 드리블하다 빼앗기는 모습을 꽤 많이 연출해냈고, 수비적인 면에서도 그리 영리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매번 파울을 범하기도 했죠.
또한, 발렌시아가 뚫어야 되는 바르셀로나의 왼쪽 수비는 몸이 완전치 못한 아비달이 맡고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수비하는 시간이 더 길다 보니, 아비달을 제쳐내는 특유의 횡적인 드리블링을 발휘하지 못한 발렌시아였고, 몇 번의 기회에서도, 아비달의 피지컬과 노련미에 뚫어내지 못했던 발렌시아였던 점이 맨유로선 선수기용의 패착이자, 전체적인 공격력의 흠이었다고 보입니다.
■ 또 다시 실패했던 퍼거슨의 교체카드
맨유는 총 두 장의 교체카드를 활용했습니다. 하나는 파비우의 부상으로 나니를 투입하고 발렌시아를 오른쪽 풀백으로 돌리는 선택이었고, 두 번째는 마이클 캐릭을 빼고 폴 스콜스를 넣는 것이었죠.
애초에 바르셀로나의 점유율 축구에 다소 힘겨운 듯했던 맨유였기에 그러한 분위기를 교체카드로 반전시키기란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었고, 이는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퍼거슨의 인터뷰에도 묻어나고 있죠.
▲ 결과론적으로 실패로 돌아가고만 퍼거슨 감독의 두 장의 교체카드
하지만, 이러한 교체카드 자체로선 의미가 있었습니다. 패널티박스 접근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던 맨유로선 드리블돌파와 개인기가 좋고 공을 몰고 칠 수 있는 나니에게 기대를 볼 만했고, 미드필더를 거쳐서 공격을 풀어가기 어려워 한 방의 정확한 롱킥이 일품인 폴 스콜스를 투입하면서 중거리슛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면에서 그러했죠.
하지만, 교체로 들어간 나니는 그리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주변 동료를 제대로 활용치 못했고, 폴 스콜스의 그 정확한 킥도 바르셀로나에 의해 이미 잠식되어버린 미드필더 압박 속에 전방으로 패스를 이어가기 매우 어렵다 보니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죠.
결국, 퍼거슨 감독의 교체카드는 무의미한 선택이 되어버렸고, 오히려, 볼을 투입받지 못했던 치차리토을 빼고 공격적인 안데르손을 넣으면서 미드필더 수를 늘리는 모험적인 선택을 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저만의 아쉬움이 있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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