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7.09 00:16 / 기사수정 2005.07.09 00:16
-극진의 손님-
TA-1서울 대회가 열리는 서울 A체육관.창진은 미리 1시간전에 표를 끊고 들어간 뒤에 자리에 앉아 링을 바라보았다.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사각의 링.이제 그곳에서는 주심과 선수 두명만이 들어서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겠지.그리고 그곳에는 윤백호도 포함되어 있으리라.이런 생각을 하던 도중,바로 옆자리에서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끄응....카를로스는 몇번째쯤에 나올까나...."
창진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 여성의 얼굴을 확인했다.그곳에서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잘생긴 용모를 한 한 보이시한 여성이 팜플렛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여성은 한참 팜플렛을 보더니 이내 창진쪽을 돌아보고는 그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이봐요.혹시 카를로스 페레이라의 슈퍼파이트가 몇번째에 있는지 아나요?여기 팜플렛에는 안나와 있네요."
"그....글쎄.난 모르겠수다.근데 카를로스가 누구요?"
창진의 말에 여성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카를로스를 몰라요?극진 가라데의 선봉장 카를로스 페레이라를!"
"그,그런가...난 극진 가라데에 대해 잘 모르니까."
여성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일어나요.시간도 있고 하니 식당으로 가도록 하죠.제가 찬찬히 극진 가라데에 대해 설명해 드리도록 하지요."
"그,그럽시다."
창진은 여성을 따라 관중석을 빠져나와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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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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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통성명부터 합시다.난 최창진이라고 하우."
"전 황정희라고 해요.극진회관 관악지부 관원이에요."
"그렇군......그래서 극진 가라데에 대해 관심이 있던 것이었군.그럼 나에게 극진 가라데에 대해 설명부터 해 주실까?"
정희는 숨을 가다듬은뒤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는 아시겠지만,극진 가라데는 최영의 선생님께서 창시하신 풀컨택 가라데,즉 직접 상대를 가격하는 가라데의 효시에요.최영의 선생님과 그의 제자분들께서는 세계를 돌면서 그의 가라데가 최강이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셨지요.네.극진 가라데야말로 세계 최강의 입식타격기입니다."
정희의 이야기를 들은 창진은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걸...나는 분명 최강의 입식타격기가 무에타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야."
순간,정희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눈을 조용히 감은채,정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말 정정해 주세요.최강의 입식타격기는 우리 극진 가라데입니다."
"증거는?"
"일찍이 최영의 선생님께서는 무에타이 룸피니 챔피언 블랙 코브라를 삼각차기로 물리치셨습니다.그리고 최영의 선생님의 제자이신 소에노 요시지는 태국의 1류 무에타이 전사들과 룸피니의 강자들을 모조리 잠재웠구요.이건 사실입니다."
"....."
긴장이 대치하는 가운데,창진은 정희의 자존심을 더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은 나머지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로 생각했다.아마도 백호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절대 정희를 용서하지 않았겠지만.증거로 제시한 이야기의 근거는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뭐...그건 그렇다 치고.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나중에 만날수 있게 폰 번호라도 교환할까?"
"후훗...지금 꼬시는 건가요?뭐,좋아요."
번호를 교환한 둘은 다시 관중석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발걸음을 옮기며,창진은 정희에게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렇게 극진이 좋아?"
"그래요.저에게 있어 극진은 살아가는 이유중의 하나입니다.더이상의 설명이 필요하나요?"
창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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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TA-1 서울 대회의 막이 열립니다!!먼저,출전선수 입장이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 한명씩 나오기 시작하는 출전선수들,그중에는 정희의 우상인 극진 가라데의 선봉장 카를로스 페레이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꺄악,카를로스야!카를로스!여기에요,카를로스!이쪽을 보라구요!어머,어쩜좋아.이쪽을 봤어~!"
카를로스의 등장에 정희는 좋아 죽는 눈치였다.하지만 다른 관중들은 카를로스보다는 20세기 최강의 킥복서 대니 스탐의 등장에 더욱 열광하고 있었다.
"쳇,저런 킥복서 따위 뭐가 좋다고..."
"정희,조금 유연한 사고를 가져봐."
"..."
이윽고 토너먼트 선수들이 차례차례로 등장하기 시작했다.킥복서 엔도 신이치,복서 박만우,종합격투가 스티브 김....그렇게 등장하던 마지막에는 미도리카와 히라쿠,그리고 윤백호가 등장했다.
"윤백호...."
창진은 자신도 모르게 쥐고있는 주먹에서 땀이 송긋송긋 떨어져내리는 것을 알수 있었다.윤백호,그는 이번 토너먼트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활약을 해줄수 있을 것인가....
한편,옆에 있던 정희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에타이 윤백호...정도회관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이번이 아마 가라데의 강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야.나의 숙적 무에타이....'
모든 선수들의 소개가 끝나고.첫 시합인 엔도 신이치와 박만우의 대결은 10분 후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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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대기실.백호는 이곳의 의자에 앉아 자신의 순번을 기다렸다.이미 가벼운 미트 스파링은 끝난 뒤.이제는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자신의 실력만을 믿는 수밖에는 없었다.
"관장님."
잠시 밖으로 나갔다 온 강성을 향해 백호가 말을 건네었다.
"박만우씨의 경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개인적으로는 만우씨가 이겼으면 하는 바램이 큰데요..."
"아쉽게도,박만우 선수는 1라운드 종료 30초전에 로우킥 공격으로 KO당했다."
"역시...복서는 로우킥에 취약하군요."
"방금전에는....우리 옆 사이드에서 왕인페이 선수가 올라왔다고 하는군.네가 이긴다면 그와 맞붙게 될거야."
얼마나 지났을까,대기실 안으로 관계자 한명이 들어와 강성과 백호,그리고 세컨드진에게 나올것을 전했다.
"시간이 되었습니다.나오십시오."
"드디어 때가 되었군요.관장님."
"그래,너의 모든것을 보여주거라.백호야!"
백호는 일어서서 가슴을 폈다.그리고는 당당하게 대기실의 문을 박차고 나오기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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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게이트.미도리카와 히라쿠 선수의 입장!!"
경쾌한 락 음악이 깔리며 등장하는 히라쿠.흰 도복을 입은 히라쿠는 서서히 링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관중 모두가 그의 접근을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일본의 가라데가 미도리카와 히라쿠의 등장입니다.오늘 한국의 윤백호 선수를 맞아 싸울 히라쿠 선수가 먼저 입장하고 있습니다.저번 경기에서는 같은 무에타이 선수인 아인 오튼에게 완승을 거둔바 있어 이번에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히라쿠.과연 이번에도 그와 같은 승리를 얻어낼수 있을 것인가?"
입장한 히라쿠가 도복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그안에 감춰져있던 강인한 육체는 윤백호를 쓰러뜨리기 위해 혹독하게 단련된 것.이어 그 상대인 윤백호가 등장을 시작했다.
"레드 게이트.윤백호 선수의 입장!!"
환호하는 홈그라운드의 관중들.그와 동시에 무대에서 걸어나오는 백호.백호는 낙무아이의 상징인 몽콘과 프락지앗을 머리와 팔에 두르고 링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한국의 윤백호 선수의 등장입니다.이미 박만우 선수가 패배한 지금 한국의 자존심으로 남은 선수는 스티브 김과 윤백호 선수뿐.과연 윤백호 선수는 미도리카와 히라쿠를 누르고 4강 대열에 합류할수 있을 것인가?"
각 선수들의 링에 오르자 사회자가 선수들의 소개를 시작했다.
"청코너.신장 190cm.체중 99kg.정도회관 가라데 월드컵 2위.미도리카와 히라쿠!"
야유하는 관중들.그러나 단 한명의 관중,황정희는 입을 굳게 다문채 히라쿠를 노려보고 있었다.
'히라쿠...너야말로 풀컨택 가라데의 자존심이다.여기서 무에타이를 꺾어보는거다.'
이어 윤백호의 소개가 이어졌다.
"홍코너.신장 191cm.체중 101kg.대한민국 무에타이 헤비급 챔피언.윤백호!"
열광하는 관중들.그러나 이번에도 정희만은 침묵한 채였다.
이어 룰 설명이 끝난뒤 코너로 돌아간 백호.강성은 백호의 머리의 몽콘을 벗겨준 뒤에 의식을 시작했다.이것을 보고 비웃는 히라쿠.
"훗.무에타이쟁이들은 웃기지도 않는군.저런걸 해도 지기는 마찬가지일텐데."
다시 돌아온 백호 앞에 있는 것은 자세를 취한 히라쿠.백호 역시 무에타이 특유의 스탠딩 포즈로 이에 응수했다.
"저지,저지,저지.라운드 1.파이트!!"
1라운드의 공이 울리고,가라데가와 낙무아이의 대결이 드디어 시작되었다.탐색전 도중,먼저 다리를 휘두르는 히라쿠.
'로우킥!?'
'퍼억'
히라쿠의 로우킥이 백호의 왼다리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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