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임지연이 '더 글로리' 결말과 대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임지연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지난 10일 화제가 된 파트1에 이어 파트2 전편이 공개됐다.
임지연은 문동은(송혜교 분)에 학교폭력을 가해를 주도한 인물이자 딸을 키우는 기상캐스터 박연진을 연기했다. 그는 뻔뻔한 말투와 다양한 표정으로 악역을 완벽히 소화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날 임지연은 "단역이라도 '더 글로리'에 출연했을 것"이라며 시작부터 반했던 '더 글로리'와의 만남을 회상했다.
김은숙 작가의 집필로 화제가 된 '더 글로리'는 치밀한 서사와 빈틈없는 설계로 많은 화제가 됐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 첫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재밌었다며 "제 역할이 동은이었어도, 혜정, 사라, 현남, 단역이라도 했을 것 같다. 대본을 보고 울고 웃었다. 작품 선택 과정에서 이런 감정 느끼기 쉽지 않은데 잘 짜인 재밌는 소설을 보는 느낌이더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작품이 잘 될거라는 생각은 솔직히 있었다. 많은 화제가 될 작품이라고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캐릭터들이 다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 '알아들었으면 끄덕여'같은 제 대사도 포인트가 될 걸 알고 있었다"고 덧붙이며 '더 글로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간 악역을 맡지 않았던 임지연에게 김은숙 작가는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고.
이에 대해 임지연은 "작가님이 제가 천사의 얼굴, 악마의 심장을 가진 사람 같다고 하셨다"며 "연진에게 어떤 미화도 서사도 부여하지 않겠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저도 무조건 동의했다. 나중에 용서받고 달라지는 악역이 되고 싶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끝까지 저를 미워했으면 좋겠다"며 작품에 임한 마음가짐을 밝히기도 했다.
임지연은 극 중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대화, 찰진 욕설, '너무 갑작스러워서 핑계도 생각이 안난다'며 당황한 모습 등 중간 중간 웃음을 주던 장면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에 대해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는 애드리브가 허용이 되지 않았다. 대본 그대로 나온 장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지만, 전 모든 대사가 다 대본 그대로다. 저는 대본 속 대사들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해낼까를 고민했다"며 대본대로 진행됐던 촬영임을 설명했다.
모든 서사가 대본에 다 담겨있을 정도로 꼼꼼했던 '더 글로리' 박연진의 결말, 임지연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박연진은 손명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모른 채 살인죄로 수감된 감옥에서 문동은과 학폭 피해자들을 괴롭히던 방식대로 괴롭힘을 당한다.
이에 임지연은 "저는 이게 연진에게 최고의 벌이라고 생각했다"며 "자기가 저지른 일을 감옥에서 돌려받고, 억울해하며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마지막 장면은 제가 생각한 최고의 벌이라고 생각한다. 전재준처럼 죽는 것보다 더 벌을 받지 않았나 싶다"며 결말에 만족을 표했다.
박연진은 수감자들 앞에서 죄수복을 입은 채 기상캐스터를 흉내내는 등의 조롱을 받는다. 임지연은 해당 씬을 언급하며 "마지막 장면은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저도 모르게 제가 연진이로서 제 캐릭터를 사랑하고 있었다. 연진의 또 다른 무너짐을 느꼈다"며 해당 장면을 대본이 나온 순간부터 준비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고 전했다.
'더 글로리' 속 연기한 베드씬, 아이 엄마 역을 소화한 임지연은 "전혀 거리낌 없었다. 재준과의 베드씬은 필요한 장면이었고, 아이 엄마 역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극 중 박연진은 누군가의 딸이자, 딸의 엄마다. 하지만 그는 엄마와 딸 모두에게 버림을 받는다. 가족과 끊기는 결말에 대해서 임지연은 "박연진이 '가족이 제일 큰 가해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걸 마지막에 돌려받는 느낌이었다"며 "연진이는 엄마에게 의지를 했었다. 그런 엄마에게까지 버림을 받으니 (연진이가)거기서 많이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임지연은 극중 자신의 딸인 하예솔(오지율)과의 씬이 자신의 엄마 홍영애(윤다경)과 촬영할 때 감정이 들었다고. 그는 "어긋나고 이상한 모성애가 연진 엄마와 연진의 관계, 연진이와 예솔이의 관계와 연결되는 것 같았다"며 해당 결말에 대한 만족까지 표했다.
"제가 생각해도 연진이가 너무 밉다"며 박연진을 향한 애증을 드러낸 임지연은 "연진아, 용서는 없어. 평생 죗값 치르고 네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길 바랄게"라며 그를 떠나보냈다.
사진 = 넷플릭스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