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선배님들이 예뻐해 주셔서 귀여운 막내로 살 수 있었어요."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엑스포츠뉴스에서 KBS 2TV '삼남매가 용감하게' 배우 문예원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삼남매가 용감하게'는 K-장녀로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성숙해야 했던 큰딸, 연예계 톱스타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K-장남, 두 사람이 만나 행복을 찾아 나선 한국형 가족의 사랑과 전쟁 이야기로 오는 19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문예원은 장세란(장미희 분)의 딸이자 이상준(임주환)의 여동생 이상민 역을 맡았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는 솔직 발랄한 성격의 인물. 한때는 이기적이고 허영심 가득한 캐릭터였으나 배동찬(고온)에게 사기 결혼을 당한 이후 주변을 되돌아보고 성장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한 이들에게 사이다 발언으로 통쾌함을 줬다.
이날 문예원은 "지난해 4월 상민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딱 12개월이 됐다. 화요일에 마지막 촬영을 했는데 저는 월요일에 촬영이 끝났다. 여태껏 해왔던 인물 중에 가장 긴 호흡을 한 캐릭터라 그런지 아직은 떠나보내기가 너무 아쉽다. 다른 분들이 캐릭터를 보내면서 울었다고 하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요즘 제가 그러고 있다. 지금 상민이와 이별 중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실에서 만난 문예원은 사랑스럽고 밝은 성격을 지닌 '이상민' 그 자체였다. 그러나 처음 대본을 받고 오디션을 볼 때는 '이 역할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됐다고 했다.
문예원은 "왜냐하면 실제로 제가 집에서는 장녀다. 부모님 두 분도 다 맏이라서 제 주변에는 동생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어릴 때 유학을 다녀오면서 한 학년 밑인 친구들과 학교를 다녔고, 연기도 늦게 시작해서 동기들과 6살 차이가 났다. 현실에서는 늘 항상 어른 역할이었는데 '삼남매가 용감하게'에서는 엄마와 톱스타 오빠 사이에서 할 말 다하고 징징대는 캐릭터이지 않나. 제게는 너무 낯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 본체는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의지하는 걸 최대한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귀엽게 느껴진 '이상민' 캐릭터가 귀여움이라고는 없는 나와 잘 맞을까 고민이 됐다. 그런데 다행히도 지금은 선배님들이 '너는 이상민 그 자체'라면서 '연기하고 있는 거 맞냐'고 하신다. 제가 아니라고 하니까 촬영이 끝나고 나서 상민이가 아닌 제 모습이 궁금하다고도 하더라. 잘 마친 것에 대한 칭찬인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하며 웃었다.
주말 가족극 '삼남매가 용감하게'를 통해 대선배들과 오랜 시간 호흡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소감도 밝혔다.
문예원은 엄마 역할의 장미희, 할머니 역할의 김용림에 대해 "워낙 대선배님이라 처음에는 막연히 무서웠던 것 같다. 처음 다짐했던 건 '인사를 잘 하는 후배가 되자'였다. 초반에 그렇게 말씀드리니 귀엽다고 웃어주셨다. 한 번은 용림 쌤이 '너 인사도 잘하고 예쁘다'고 해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촬영 중에는 애드리브로 볼을 꼬집으며 귀여워해 주시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인사 잘 하면 반은 먹고 가는구나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어 "미희쌤은 쇼파에서 과자를 더 씹어 먹는다든지 디테일을 살리려고 하는 모습들을 좋게 봐주셨는지 '살아있는 연기를 한다'는 말을 해주셨다"며 "선배님들이 너무 예뻐해 주셔서 이 안에서 귀여운 막내로 살았다"고 말했다.
특히 대본을 보는 시각이 더 깊어졌다는 문예원은 "극 중 미희쌤이 장녀 콤플렉스를 가진 캐릭터로 나오시지 않나. 하루는 대본을 보고 '이런 캐릭터구나' 생각하고 현장을 갔다. 그런데 색을 입혀 오신 연기에서 장녀로 살아온 우리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미희쌤 연기를 보면서 눈물을 참았던 적이 많았다. 장녀와 맏이로서의 무게감을 많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고 연기를 보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상민이가 시집가기 전에 할머니와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발랄하게 인사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래 살고 보니 손녀 시집가는 것도 본다'는 김용림 선배님의 대사에 눈물이 터졌다. 단순히 텍스트로 봤을 때는 '발랄한 상민이가 시집가서 다행이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연륜과 함께 대본을 보는 내공은 정말 다르구나, 이 장면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많이 놀라웠다. 직후에 선배님께 '감히 생각도 못 한 장면이었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저한테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신이었다. 대본을 보는 깊이에 대해 크게 깨달았다. 그 이후로 대본을 다시 한번 꺾어서 보게 됐다'며 "선생님들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다"고 거듭 존경심을 드러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