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성에 성공하며, 한국인 첫 프리미어리거로 발돋움 했다.
박지성의 매니지먼트인 FS 코퍼레이션은 22일 보도 자료를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박지성의 원소속 구단인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간의 이적료 협상이 600만 유로(73억6천만원)에 타결됐다"며 "이에 따라 박지성의 이적이 확정됐다"고 박지성의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05/06시즌부터 4년간인 08/09년까지이며, 이적료 73억 6천만원에 연봉은 약 36억 8천만원 선으로 발표했다. 다만, 연봉의 경우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어 약간의 변동은 있을 전망.
이로써, 안정환(이탈리아-쎄리아), 이천수(스페인-프리메라리가)에 이어 유럽 '빅 리그' 진출 3호가 된 박지성은, 세계 최고의 축구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저지를 입고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마음껏 그 기량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 그것도 세계 클럽 축구의 중심이자 자존심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일원이 된 박지성은 앞으로 자신의 축구 인생의 전부를 걸어야 할 험난한 도전과 수많은 과제를 앞두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부유하고, 인기 있는 리그. 그 중에서도 최고의 명문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멤버가 된 박지성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까지 해외 프로리그에 진출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 건방질 정도로 단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박지성이 가지고 있는 성실함, 그리고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축구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언제나 기복 없는 플레이로 감독과 팬들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이다. 이렇게 꾸준한 성적으로 팀에 많은 공헌을 하는 밑바탕은 그가 가지고 있는 개인 기량과 경이적인 체력도 뒷받침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습과 실전을 가리지 않고 축구 그 자체에 성실하게 다가선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성실함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끈임 없이 보완하고 연습해 조금씩 더 나은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지금까지 자신이 선택한 도전에서 실패하지 않았던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란 거대한 과제를 훌륭히 풀어내며 맨체스터의 중심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모질게 다잡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개인 기량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준비가 더 중요 하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냉정하게 박지성의 이적 후 모습을 그려본다면 박지성은 그라운드에 서 있을 시간보다는 벤치에 앉아 있을 시간이, 골을 넣는 모습보다는 골을 넣은 동료에게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더 많을 것이다. 이 기간이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6개월 혹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이때, 조바심을 내거나 자신의 마음을 다잡지 못해 스스로 낙마하게 되면 쉽게 무너질지도 모른다. 최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울산 현대로 복귀한 이천수의 경우도 경기장에 나서지 못하면서 한없이 죽어 들어가지 않았던가. 그가 갖고 있는 기량에 대한 믿음과 '할 수 있다'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처음부터 주전을 잡으려는 무리한 욕심은 되레 역효과를 나을 수도 있다. 반드시 기회는 오게 되어있다. 아인트호벤에서 1년이란 부상 공백과 동료, 팬들의 비아냥거림을 잘 참고 이겼던 것처럼, 스스로를 쉼 없이 단련하고 다듬어 찾아온 기회를 허무하게 잃어버리지 않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자기 단련과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프리미어리그는 경기 속도나 흐름, 그리고 전체적인 경기의 질이 에레디비지(네덜란드 프로리그)와는 틀리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만큼, 거의 모든 선수가 각국의 국가대표들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과 정신력은 최고 그 이상이다.
이런 강자들과의 대결에서 지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선수로 성장해야만 한다. 현재 박지성이 유럽 최고의 선수들과 견주어 손색없는 것은 체력과 공에 대한 집중력이다. 하지만, 여기에 조금 부족한 슈팅 능력과 쉼 없이 전개되는 템포 빠른 경기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넓고 정확한 시야를 키워야 한다.
더군다나 맨체스터에서 노쇠한 긱스나, 로이 킨 등을 대신해 미드필더에서 활약이 예상되는 만큼, 자신뿐 아니라 주위 동료, 나아가 경기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아인트호벤과 국가대표에서는 공을 중심으로 그저 성실히 경기에 몰두하면 되었지만 앞으로는 공은 물론이고 동료 선수들까지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화려한 맨체스터의 미드필더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비록 노장이긴 하지만 베컴의 이적 후 맨체스터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로이 킨의 경기 운영 능력과, 폴 스콜스의 강력한 중거리 슛과 공격 지원 능력, 그리고 긱스의 날카로운 크로스 능력과 C.호나우두의 드리블 능력들은 앞으로 박지성이 스펀지처럼 흡수해야 할 좋은 교본들이다.
무리한 욕심 같지만 맨체스터에서 살아남아 최고가 되기 위해서 박지성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선수들의 기량들은 끊임없이 연마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만 실패하지 않을 프리미어리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이제 박지성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 주어졌다. 박지성은 보장된 주전과 안정된 PSV 아인트호벤의 레전드 자리를 마다하고, 더 크고 넓은 곳으로의 험난한 도전을 택했다. 후 일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우선 자신의 결정에 대한 작지 않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그만큼 박지성이 잉글랜드에 내디딘 첫발이 중요하고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제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출국한 박지성에게 다소 부담스럽고 가혹한 말이 아닐 수 없겠지만, 앞으로 프리미어리거를 꿈꾸는 꿈나무들을 위해서도, 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박지성은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매진해야 할 것이다.
지난 아인트호벤에서 부상과 재활에 매달려 있을 때, 아인트호벤의 팬들은 그를 가리켜 '돈 아까운 선수'라고 비아냥거렸고, 반 봄멜 등의 동료 선수들도 '히딩크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이 자리에 있다'며 박지성을 못마땅해 했었다.
하지만, 그런 비웃음과 멸시 속에서도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하지 않겠다'며 이를 악물고 성공을 위해 매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한 각오와 결심으로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다만,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고 잉글랜드에 입성했듯이 한국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긍심과 자신에 대한 믿음은 간직한 채 말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저지를 입은 박지성의 모습은 빠르면 오는 7월 말, 맨체스터가 갖는 '아시아 투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고 클럽인 맨체스터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험난한 도전을 시작한 박지성. '안주'보단 '모험'을 택한 그에게 무한한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손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