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사랑의 이해' 문가영이 작품과 '인간 문가영'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 문가영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를 가진 이들이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다. 문가영은 극중 '영포점 여신' 안수영 역을 맡았다.
'전작들과 달리 감정적으로 건조한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문가영은 "수영이는 많은 분들이 잘 알 수 없고, 선명한 사랑의 작대기와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흐릿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다. 감독님과 만나서 했던 얘기는 '내가 수영이를 이해했으니 누구에게나 수영이를 이해하게끔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의 이해'라는 건 하상수(유연석 분)의 입장에서 이뤄지는 거다. 그래서 1회가 상수의 입장에서 그려진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봤을 때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 상대를 100% 이해하고 헤어지지는 않지 않나. 오롯이 나의 생각으로 합리화가 될 뿐이다. 이 작품은 나와 인생의 한 챕터를 같이 한 사람의 이야기다. 오히려 일반적인 관계들이 골고루 보여진다면 많이 봐왔던 멜로 드라마의 서사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이 연기한 안수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저는 안수영을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이 한 번도 없었다. 감독님과 얘기할 때도 수영이의 선택에 의심하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었다. 중후반부에서 몇 번은 참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눈물이 있었는데, 그런 건 닦고 다시 찍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소리내어 울어본 적 없는 수영은 저와 비슷한 면이 많다. 소리내서 울어본 적이 없으면 그걸 풀어내는 방식을 모른다"며 "물론 감정을 쏟아내는 한 씬이면 시청자들에게 해소되는 지점이 있겠지만, 그건 제가 원했던 수영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 건 보는 사람들의 후련함이지, 제가 만들었던 수영은 꾹 참아내고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인물이다보니 최대한 감정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어떤 장면에서 눈물이 났을까. 문가영은 "15회에서 박미경(금새록)과 만나서 고마웠고 미안했다는 말을 할 때 언니랑 저랑 엄청 울었다. 그게 그 회차에서 마지막 씬이기도 했고, 16회 분량을 나중에 찍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대본에서는 미경이가 '언니라고 불러'라고 한 다음에 밖에서는 미경이를 '언니'라고 부르는 대사가 있었다. 하지만 '언니'라는 단어를 비중있게 두고 싶어서 중간에 있는 것들은 일부러 대사로 치지 않고 마지막에만 '언니'라고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극중 안수영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선택을 한다. 이에 대해 문가영은 "누군가의 연애사를 친구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다른 해답이 보이고 다른 길이 보이는데 왜 저러나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사실 정말 작은 일도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 큰 일로 여겨지고, 폭풍 속에 있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수영이는 선택지가 늘 적은 상태로 살아왔기 때문에 남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대해 그 방법밖에 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2회 엔딩의 선택에 있어서도 저도 그런 경험이 있다. 나를 아프게 한 모든 관계를 놓아버리고 싶었던 적이 있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사실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하는데, 어떻게 드라마적으로 수영이는 결단을 내려서 한 선택인 것"이라면서 "수영이를 통해서 배우기도 하고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뭔가를 직진하고 앞서가는 거에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놓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거였다"고 전했다.
이어 "누군가는 포기라고 볼 수 있지만, 수영에게는 용기였다. 왜 이렇게 회피하냐고 하지만, 수영 입장에서는 무엇이 나를 아프게 하는지 알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마음으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본 문가영의 모습에서는 안수영을 단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문가영은 "원래는 많은 분들이 저를 밝은 캐릭터로 생각해주시기도 하지만, 안수영의 톤은 원래 저의 톤과 같다"며 "혼자만 있을 때 닮은 부분도 되게 많다. 그래서 (안수영을 표현할 때) 고민했다기보다는 보여주지 않았던 제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 낯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밝은 톤은 제가 현장을 즐겁게 하고 장난도 칠 수 있지만, 수영은 계속 밝음을 유지하기엔 감정적으로 힘들다보니 뭔가 수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기도 하고 문가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아서 낯설었다. '링크'를 끝낸지 이틀만에 바로 촬영했는데, 좋아해주셨다는 말을 들으면 안심이 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촬영을 앞두고 준비한 게 있었냐는 질문에는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는데, 전체 리딩할 때 제작진에서 은행 업일지를 출력해서 주셨다. 각 캐릭터별로 일하는 시간표도 짜주시고, 은행업무에서 쓰는 용어도 정리되어서 올라와있었다. 맨 앞장에 명찰 사진이 찍혀있었고, 수영이는 보통 이 계급에서 하는 업무들이 정리되어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했고 돈 세는 법도 달라서 모든 배우들이 연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세트장이지만, 은행에 들어올 때 되게 흔한 직장인들처럼 인사했다. 그리고 회차가 진행될수록 본인 입맛에 골라진 소품들이 늘어나더라. 저도 스탬프나 메모지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그런 루틴들이 생기더라"며 웃었다.
수영을 표현하기 위해 레퍼런스로 삼았던 것도 크게 없었다는 문가영은 "원작을 한 번 읽고 '탬버린'이라는 한국 단편소설들이 모인 책이 있었다. 작가님도 그걸 읽고 참고하신 게 있다고 해서 읽었는데, 여주인공이 안수영과 일부분이 닮아있더라"면서도 "그렇지만 그냥 제가 받아들였던 모습 그대로 표현했다. 저를 앞세워서 수영이 비난받을지언정, 그걸 감수하겠다고 결정한 거였는데 그런 부분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답했다.
데뷔 후 첫 팬미팅을 앞두고 있는 문가영. 앞으로의 목표가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오히려 어릴 때는 액션도 해보고 싶고 구체적이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그냥 제가 비교적 최근 작품들 선택한 기준 보니까 장르를 떠나서 그 타이밍에 대본을 받았을 때 빠져들어가는 게 있더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다. 장르나 캐릭터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가질까 궁금하고, 그런 작품을 만난다면 하고싶다"고 전했다.
문가영은 평소 쉬는 방법을 모른다고 밝히면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책을 7권 읽었다. 작품할 때는 다른 텍스트 보기가 힘들어서 다른 이야기 보는 거에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올해 목표가 밀란 쿤데라 전집 읽기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읽었을 땐 몰랐는데, 마지막에 차례 부분을 보면서 읽고 싶어졌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한 작가의 책을 연달아서 읽었을 때의 느낌이 궁금했다. 그런데 그렇게 읽으니까 이해도가 더 깊더라"고 눈을 반짝였다.
끝으로 문가영은 수영을 떠나보내면서 "수영이에게 전할 말을 메모장에 쓰기도 했는데, 제가 연기한 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안수영만큼은 가장 넓은 방을 내어주겠다는 말을 썼었다. 안쓰럽게 생각하기도 하고, 모든 분들이 한 번쯤은 안수영은 잘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키이스트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