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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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신화' 김현욱이 남긴 것

기사입력 2005.05.23 05:22 / 기사수정 2005.05.23 05:22

윤욱재 기자

한국프로야구에 '중간계투'의 새 장을 열었던 삼성 라이온즈의 김현욱이 정든 마운드를 떠난다. 김현욱은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갔지만 회복 기미가 안보이자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제 김현욱은 코치로 인생의 제 2막을 펼치게 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항상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던 김현욱. 그가 남기고 간 흔적들을 살펴보면, 한국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고 수많은 교훈을 남겼음을 알 수 있다. 은퇴가 아쉽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불펜의 필요성을 강조하다

김현욱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97시즌에 김현욱(당시 쌍방울)이 일으켰던 센세이션을 잊지 못할 것이다. 무명에 가까운 선수가 다승-승률-방어율 부문 1위를 차지한 것도 놀라웠지만 순수 구원 등판으로만 20승을 쌓았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김현욱은 '불펜에이스'란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불펜의 중요성을 몸으로 가르쳤다. 이광환 전 LG 감독의 스타시스템이 오늘날의 투수 운영을 만든 것처럼 김현욱의 등장은 또 한 번 한국야구에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알고보면 김현욱은 96시즌부터 제 자리를 잡은 선수였다. 김성근 감독의 벌떼작전에 따라 승리의 주춧돌 역할을 하였지만 눈에 띄지 않는 성적 탓에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97시즌에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고 불펜투수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일깨워줬다.

김현욱은 갑작스런 혹사 때문에 깜짝스타로 머물 것이란 주위의 예상을 깨고 최고 미들맨의 자리를 지키면서 99년 삼성으로 이적, 2001년에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도왔고 2002년 대망의 우승을 차지하는 데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불펜투수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데 큰 공헌을 했다.


성실함의 표본이자 교과서

김현욱의 만만찮은 야구 인생은 프로 데뷔 초기부터 시작되었다. 프로 2년차가 된 94년, 잠수함투수에겐 치명적이라는 허리 수술을 감행한 것이다. 이러자 재활이 끝나기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삼성은 김현욱을 쌍방울로 트레이드시켰고 이 때부터 눈물겨운 재활훈련은 시작되었다.

한 때 김성근 감독이 포기하려했으나 그의 성실성과 연습에 몰두하는 자세를 눈여겨봤던 코칭스태프들이 적극 만류하면서 김현욱의 재활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코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였으니 훈련에 임하는 그의 자세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성실함 하나로 마운드를 다시 밟은 김현욱은 싱커와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팀에 없어선 안될 존재로 급부상했다.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자 등판이 잦아지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피로가 누적되던 시기에 "휴식을 취하라"는 이례적인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김현욱은 그것마저 거부하며 운동에 매달렸다. 타고난 성실함은 좋은 성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래도 은퇴가 아쉬운 이유

김현욱이 만약 올시즌을 소화했다면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다. 중간계투의 새 장을 열었던 그는 팀에 대한 공로를 고려하면 당연히 보상받을 자격이 있었다. 김현욱이 FA로 대박을 터뜨렸다면 다른 중간계투들에 대한 대우도 좀 더 나아졌으리란 믿음이 있었기에 갑작스런 은퇴 선언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렇게 성실하고 꾸준한 선수가 부상이란 벽에 가로 막혀 은퇴를 해야했던 현실이 안타깝다.

곧 김현욱의 은퇴식이 있을 예정이다. 되도록이면 그 날 많은 관중들이 모여 기립 박수로 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사진 / 삼성라이온즈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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