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조력국 벨라루스 선수들의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참가를 허용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방침에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와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라트비아 등 러시아의 위협에 시달리는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내년 올림픽 참가 거부 의사를 드러내고 있어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2일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진 사이크스 USOPC 신임 위원장은 USOPC 구성원과 선수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다시 경쟁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IOC의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IOC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어떠한 국제 스포츠대회를 열지 못하도록 종목별 국제연맹(IF)을 통해 징계했다.
또 두 나라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자국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IOC의 입장이 크게 바뀌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아 두 나라 선수들에게 내린 징계를 계속 유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전 세계 스포츠 지도자들 대다수의 의견임을 들어 두 나라 선수들이 중립국 소속으로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도록 길을 터 줘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IOC의 이 같은 움직임이 표면화되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중립국 자격으로도 참가하면 안 된다고 국제 사회에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이에 더해 국제 스포츠 '1강'으로 군림하는 것은 물론 자국 방송사 NBC의 거액 중계권을 통해 IOC 재정을 상당한 수준으로 부담하는 미국의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가 IOC 결정을 지지함으로써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이 힘을 받게 됐다.
파리올림픽 조직위도 로이터 통신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IOC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사실상 IOC 구상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영국을 비롯해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 국가가 우크라이나 편에 서고 있어 1년 5개월 남은 파리 올림픽까지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라트비아는 2일 러시아 선수들이 참가할 경우 2024년 파리 올림픽을 보이콧할 방침임을 천명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국제 스포츠 기구들을 압박하기 위한 연합 결성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IOC 결정에 반발해 조만간 자국 올림픽위원회 비상 총회를 통해 파리 올림픽 보이콧을 결의하기로 했지만 다른 나라가 이에 동참하는 것은 라트비아가 처음이다.
조르즈 티크머스 라트비아 올림픽위원장은 2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이어지는 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어떤 깃발 아래서든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카밀 보르트니추크 폴란드 체육부 장관은 "파리 올림픽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참가를 반대하는 연합 구성 노력의 최전선에 폴란드와 영국이 있다"며 IOC가 최근 방침을 강행한다면 최후 통첩을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중국과 함께 국제스포츠 '빅3'로 자리잡은 영국이 보르트니추크 장관의 발언처럼 실제로 강경하게 나선다면 이런 움직임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유럽은 이미 러시아 선수들과 경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명해 이를 관철시킨 적이 있다.
지난해 3월 열린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 최종 플레이오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당초 러시아를 러시아축구협회 소속으로 바꿔 출전시키려고 하자, 상대팀이었던 폴란드와 체코, 스웨덴이 전부 경기 거부 의사를 나타내 결국 FIFA가 러시아를 플레이오프에서 퇴출시켰다.
사진=AP, 로이터/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