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K팝 시장'에 데뷔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기 위해 영어로 노래하는 전원 일본인 그룹. 이 그룹은 대체 왜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일까.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XG(엑스지)는 지난해 3월 데뷔해 지난 25일까지 3장의 싱글을 발매했다. 이들은 K팝 트레이닝 시스템에 따라 연습해왔고, 프로듀싱 과정에도 한국인 스태프가 참여한다.
결과물 역시 자연스럽게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킨다. 데뷔 활동은 없었지만, 두 번째 싱글부터는 한국의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식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생소한 이들의 활동 전략에 XG를 'K팝'이라 볼 수 있을까 논쟁이 생길 정도.
그러나 이러한 논쟁을 비웃듯 XG 측이 오히려 'K팝'에 선을 그었다. XG가 소속된 XGALX의 모회사인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 에이벡스 마츠우라 마사토 회장은 지난해 6월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XG는 전원 일본인"이라고 강조하며 "K팝스럽지 않다. (오히려) 미국스럽다. 한국 프로듀서가 참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왜 이렇게 한국에 져야만 하는 거냐. 일본인도 할 수 있다. 한국도 처음엔 보아 같은 가수가 일본에 와서 일본인 흉내를 내지 않았느냐. 이쪽(일본)이 지고 있지만 한국 프로듀서랑 팀 짜서 철저하게 했다"는 발언으로 '혐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언급한 보아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일본에서 'K팝' 선구자 역할을 해냈지만, 그 성과를 일본인 '흉내'로 이뤄낸 것이냐고 묻는다면 금시초문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긴 적 없는 보아가, 시장 공략을 위해 그 나라 언어의 곡을 정성들여 준비해 내면 흉내내는 것일까. 만 13세의 어린 나이에도 모두를 놀라게한 탁월한 실력 역시 일본의 누군가를 흉내낸 것은 아니었다.
XG는 K팝 시스템 속에 탄생돼 한국 활동을 (영어로) 펼치지만, K팝은 또 아니란다. 황당한 이 발언은 최근 XG의 컴백과 맞물려 또 한 차례 소환돼 논란이 되고 있다.
결국 29일, XG 소속사 대표 사이먼이 그룹을 둘러싼 여러 구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K팝 그룹인가 J팝 그룹인가'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XG를 육성, 제작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등 다국적 스태프들이 다양하게 저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XG 전원은 일본인이지만 정확한 것은 지역, 언어 등에 대한 편견과 규정이 얽매이지 않고 보다 많은 전세계의 대중들에게 XG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싶다"고 답했다.
또 "꾸준히 국내(한국) 활동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POP 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수있는 아티스트, 그리고 회사가 되겠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활동을 하면서 한국어 가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의 문화산업이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치열하고 퀄리티가 높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시장에 XG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지향점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 언어인 영어를 기반으로 저희 음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종 콘텐츠에서는 한국어 곡과 한국어로도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영향력이 큰 K팝 시장에서 활동하지만, 공략은 계속 해야 하니 영어를 쓰겠다는 이야기인 것일까. 장황한 설명 끝에 결론이 있을 줄 알았으나, K팝 그룹인가 J팝 그룹인가에 대해서도 '전 세계', '글로벌'의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시장을 넓히기 위한 K팝 가수들의 해외 진출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체성을 분명히 가져가되, 가창 언어를 바꿔 현지화 전략을 펼친다. 그들이 강조하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영어 싱글을 발매하는 경우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수많은 K팝 아이돌들도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운운하며 영어로만 노래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K팝 아이돌'스러운 활동을 펼치지만, 유난스럽게도 'K'를 지워 오히려 더 주목받고 있는 이 그룹의 활동 전략은 시스템을 이용만 해 먹는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국내 대중의 반감만 사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XGALX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