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를 돕고 있는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시사하자 유럽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31일 국제스포츠 전문 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스'에 따르면 에스토니아와 폴란드, 라트비아, 노르웨이 등 4개국 정부와 체육 인사들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을 참가시키려는 시도가 대량학살에 대한 용인이라며 IOC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점점 더 많은 유럽 국가의 정치 및 스포츠 지도자들이 내년 파리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거론하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 참가를 허락하려는 IOC의 움직임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2월부터 IOC와 파리 올림픽 개최국 프랑스 정부 등을 향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 출전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중립국 소속으로라도 올림픽에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국제사회에 쉼 없이 호소했다.
그러나 IOC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제재 방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와는 정반대로 지난 26일 두 나라 선수들이 중립국 소속으로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길을 사실상 터줬다.
IOC는 선수 대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등과의 전화 회의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회의 참가자 대다수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OC의 발표 직후 영국과 덴마크가 이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IOC가 국제스포츠계와 재대로 합의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며칠 뒤 유럽 국가들이 연이어 IOC를 러시아에 무릎 꿇은 '대량학살 협력자'로 긴주하고 나선 것이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IOC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며 "러시아에 굴복하지 않고 고립을 강화할 때"라고 역설했다.
카밀 보르트니쿠주크 폴란드 체육부 장관은 "폴란드와 영국이 파리 올림픽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참가를 반대하는 맨 앞에 서 있다"며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폴란드, 그리고 세계 3대 스포츠강국을 자랑하는 영국이 두 나라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이어 "IOC가 올림픽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보이코트 등 반대 움직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IOC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 대한 중립국 자격으로의 올림픽 출전을 기습 발표했다가 강한 비판에 직면하면서 향후 이를 철회할지, 아니면 그대로 밀고 나갈지 주목받을 전망이다.
내년 올림픽 개최국 프랑스, 그리고 자국 방송사 NBC가 거액의 중계권료를 내는 등 IOC를 사실상 먹여살리는 미국의 움직임이 중요하게 됐다.
사진=AP, 로이터/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