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수원 삼성이 유스 시스템에서 키운 영건들을 속속 유럽으로 보내고 있다.
재력으로 외부의 좋은 선수들을 영입, '레알 수원'으로 불리던 시절은 과거가 됐다. 이제 좋은 인재들을 키워 화수분처럼 쏟아내는 'K-아약스'로 대변신 중이다.
수원은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과 지난 25일(한국시간) 22세 주전 공격수 오현규를 계약기간 5년으로 보내는 것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에서 밝힌 이적료는 250만 파운드(약 39억원)였으나 수원과 국내 축구 관계자는 많은 액수라고 주장하고 있어 4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오현규는 수원 산하 매탄중과 매탄고를 다니며 유스시스템에서 쑥쑥 커나갔다.
이어 2019시즌 앞두고 준프로 계약을 맺었으며, 이듬해 빠르게 국군체육부대 입대로 병역을 해결한 뒤 수원으로 돌아와 2022시즌 K리그1 13골을 넣고 팀의 잔류 경쟁에서 맹활약했다. 지난해 월드컵에 27번째 예비 멤버로 발탁돼 카타르에 갔다.
지난해 그의 눈부신 성장은 셀틱의 러브콜을 받아 수원 유스 출신으로는 권창훈(2017년), 정상빈(2021년)에 이은 3번째 유럽행으로 연결됐다.
오현규의 셀틱행은 수원이 추구한 유스 정책의 결과가 1~2회성이 아니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한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대기업 삼성을 모기업으로 둔 수원은 과거 '레알 수원'이라 부릴 만큼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해 우승은 물론 다관왕에 박차를 가했다.
1996년 창단한 뒤 고종수, 이운재, 안정환, 이관우, 김두현, 송종국, 이천수 등 당대 슈퍼스타들을 선수단에 거느렸다.
외국인 선수들 역시 브라질 올림픽대표팀 공격수 나드손을 비롯해 샤샤, 데니스, 마토 등 K리그를 수놓은 특급 요원들로 채웠다.
K리그는 물론 이웃 J리그에서도 잘하는 선수들, 그리고 유럽에서 국내 복귀를 모색한 유턴파들까지 수원에 집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 삼성은 K리그 우승 4회, 리그컵 우승 6회(최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2010년 전후로 수원은 모기업의 경영 합리화 정책 등과 맞물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갔다. 스타 대신 어린 인재들을 꾸준히 키워 1군에서 활약하고 해외로 보내는 방향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수원은 매탄중과 매탄고에서 선수들을 키워내기 시작했다. 오현규 등이 고교생들을 2019년부터는 준프로 계약을 통해 K리그에 데뷔시켜 쓸만한 재목들을 1년 앞서 성인무대로 들여보냈다.
그 결과 수원은 유스 출신 선수들의 경기당 출전 비율이 급속히 늘어났다. 이들은 각급 대표팀에도 발탁돼 국제대회나 K리그에서 유럽 스카우트들이 눈여겨보기도 했다.
2013년 수원에 데뷔한 권창훈이 첫 사례였다. 중동중을 거쳐 2010년 매탄고에 진학한 권창훈은 2013년 프로에 데뷔했고 2015시즌과 2016시즌, 두 시즌 연속 수원 주전 미드필더로 맹활약, K리그1 베스트일레븐 미드필더를 타며 수원 유스시스템 첫 스타로 등장했다.
권창훈은 2017년 1월 중동과 중국 등 거액을 들고 온 아시아 구단들 러브콜을 뿌리치고 프랑스 리그1 디종으로 이적해 수원 유스시스템 아래서 첫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단순히 유럽을 간 것이 아니라 2018년 봄에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을 때까지 프랑스 리그1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리는 등 빅리그에서 맹위를 떨쳤다.
이어 지난해엔 오현규보다 한 살 어린 정상빈이 유럽으로 향했다.
매탄중-매탄고를 거쳐 그는 2020시즌 프로에 데뷔했다. 비록 데뷔 시즌엔 리그 출전 없이 AFC챔피언스리그 2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다음 시즌은 달랐다.
정상빈은 2021년 박건하 전 감독 아래서 전반기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며 당시 이른 바 '매탄소년단' 중심에 섰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날카로운 결정력을 바탕으로 그는 리그 28경기 6골 2도움을 기록해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정상빈은 지난해 초 곧바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의 러브콜을 받았고, 영국 취업비자를 충족시킬 수 없어 울버햄프턴 구단주가 같이 소유한 스위스 슈퍼리그 그라스호퍼로 임대돼 유럽 무대에 적응 중이다.
정상빈에 이어 이번엔 오현규가 셀틱의 끈질긴 러브콜과 자신의 굳건한 유럽행 의지를 담아 셀틱에 입성하고 수원 유스 출신 유럽파 3호가 됐다.
수원은 어느 덧 '레알 수원'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아카데미에서 될성부른 떡잎들을 키워 1군에서 활용한 다음 유럽 빅리그에 내다팔아 선수 성장과 구단 재정을 함께 발전시키는 '한국판 아약스'로 거듭나고 있다.
수원 구단 역시 정상빈과 오현규의 활약 기간이 다소 짧은 것은 아쉽지만 구단의 패러다임 전환이 지난 10여년간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에 높은 점수를 매긴다.
수원 관계자는 "권창훈이 처음 유럽으로 진출한 것에 이어 (정상빈, 오현규 등)2년 연속 U-22 자원이 유럽 무대로 진출해 긍정적이다. 이는 현재 수원에 있는 U-22 선수들은 물론 매탄고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권창훈처럼 수원에 2~3년 간 기여하는 것이 구단 입장에선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하는데 정상빈과 오현규, 두 선수는 (1년 활약하고)일찍 떠나 아쉬움은 있다"면서 "하지만 수원 삼성이 K리그 내에서 선진화된 유스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자부한다. 이것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들이 추후 수원 삼성으로 돌아와 구단, 그리고 팬들과 유대감을 이어가는 모습이 K리그의 스토리를 풍성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셀틱, 그라스호퍼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