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프로 선수의 '더 글로리' 바둑 해석이 화제다.
최근 유튜브 채널 프로연우에는 '프로바둑기사가 본 더글로리 바둑장면 해석&리뷰 바둑 속 숨겨진 의미'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프로연우는 "주인공인 송혜교가 바둑을 둔다. 그것도 아주 잘 둔다"며 "'더 글로리'에서는 바둑 장면이 많이 나오고 또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그리고 복수의 과정이 바둑과 많이 닮아있는 듯한 연출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둑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드라마 안에서 바둑이 어떤 역할을 하고 그들의 대사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해석해보겠다"고 말했다.
먼저 "동은(송혜교)이가 탑골공원 같은 데서 할아버지들 바둑 두는 걸 구경하고 있다. 저런 곳엔 여자가 없다. 기원만 가도 40대는 애기다. 근데 30대 여자가 공원에서 바둑을 보니 그림 자체로 신선한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동은이 흑을 잡는 장면에 대해 "보통 실력 차이가 나면 하수가 흑을 잡고 먼저 시작한다. 그리고 바둑판의 중앙에 바둑알을 둔다"며 "여기에 두는 것은 '바알못(바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쌩초보예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연진(임지연) 역시 도영(정성일)에게 '바둑을 배워볼까?'하며 가운데에 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유는 바둑알을 가운데에 두면 불리하기 때문이다. 프로연우는 "바둑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집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에요. 끝에서부터 가운데로, 자기 집을 잘 지으면서 남의 집을 부수면서 서서히 조여들어 와야 해요"라는 여정(이도현)의 대사를 말했다.
이어 "이 대사를 들으며 소름 돋았다"며 "앞으로 동은이가 보여줄 복수의 색깔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프로연우는 귀와 변, 중앙에 바둑알을 두며 귀에 지는 것이 효율적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정이 화점성애자인 거 느꼈느냐"며 동은이 우하귀 소목에 돌을 놓자 여정이 화점으로 옮기는 장면을 설명했다. 그는 소목과 화점 둘 다 좋은 자리이고, 놓는 사람의 취향 차이일 뿐이다라며 "주 선배가 이렇게 취향을 강요하는 사람일 줄 몰랐다"고 웃었다.
그리고 도영과 동은의 편의점 씬을 언급하며 "침묵 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게 좋아서요. 상대가 공들여 지은 집을 무너뜨려야 이기는 것도 마음에 들고"라는 대사에서 동은의 복수를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연우는 "침묵 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건 동은 자신이고, 상대가 공들여 지은 집을 무너뜨리는 것은 연진이 공들여 쌓은 인생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파고다 기원에서의 "그쪽은 활로가 없습니다. 지금 돌 던지시면 열 집 지세요"라는 동은의 대사를 언급하며 "벌써 계가까지 끝내고 아주 자신 있게 열 집 진다고 심리전을 시전한다. '너 어차피 나한테 안되니까 빨리 항복해라'라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은 바둑알을 놓는 것만 봐도 저 사람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안다. 그런데 솔직히 동은이 이 시점에서 바둑판의 모든 수를 읽고 말할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시간의 흐름상 바둑 배운 지 1년 정도 된 것 같은데 1년 만에 가능하다면 어마어마한 기재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은의 도영의 바둑을 다시 놓아보며 "여기서부터 이미 승부가 났는데 질질 끌었어"라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전부 기억하고 집에 와서 복기를 해본다는 것은 이세돌 9단도 못 한다. 핸드폰으로 찍어 온 게 분명하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접대바둑이 있듯이 미리 계산해서 바둑을 끝내는 것은 가능하다. 동은은 자신의 복수의 과정을 바둑을 통해 암시한 것"이라며 "연진이와 아이들을 당장 쳐서 바닥으로 끌어 내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판의 주도권은 내게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연우는 드라마 속 기보를 재현하며 동은의 한 수에 '응수타진'이라 말했다. "상대방에게 '너 여기서 어떻게 받을래?'하고 의사를 물어본 것"이라며 "여기서 백은 차단과 연결을 할 수 있는데 하도영은 여기서 '차단하는 수'를 선택한다. 동은은 반격하며 하도영의 집을 다 깨부순다"고 복수의 모양새를 언급했다.
이어 "동은이 급소를 찔러가고 독수를 날린다. 하도영이 역공을 하지만 동은이 놓은 자리에는 백이 대책 없는 상황이 됐다. 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바둑만 뒀지만 도영은 동은에게 이미 끌리고 있다. 동은과 도영에겐 그저 바둑이 아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동은은 여정의 집에서 흑으로 귀에 착수를 하고 '더 글로리' 시즌1이 끝난다"며 "바둑은 보통 200수에서 길면 300수 이상도 둔다. 지금 딱 3수 뒀다. 동은의 바둑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정리했다.
사진=프로연우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