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에에올'이 잔잔하지만 뜨거운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 감독 다니엘 콴)는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양자경)이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심난해 한다. 그러던 중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임을 깨닫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먼저 양자경을 향한 시선이 뜨겁다. 할리우드 진출 이래 첫 단독 주연작인 이 작품은 그에게도 커다란 의미의 작품이 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골든글로브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꿈을 꾸기 위해 도전하는 본인과 더불어, 자신처럼 꿈을 위해 편견과 장벽을 향해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나누었다. 그는 골든글로브 수상소감으로 "여기 오기까지 놀라운 여정이었고, 경이로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에에올'은 성룡의 출연이 무산된 후 양자경을 염두에 둔 여성 가장의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양자경의 인생' 그 자체를 담은 작품에서 양자경이 빛나지 않을 수 없다. 양자경은 작품의 슈퍼히어로로서 자신을 구하고, 가족을 구하고, 세상을 구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상황에서 다중 우주 속 나의 능력을 도움받아 앞에 놓인 장애물을 해치우는 것을 볼 때면, 관객 역시 어딘가에 존재할 또 다른 나의 초능력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갖게 된다.
영화는 작품의 외형으로만 보면 다소 황당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빠른 액션과 조악한 미장센 등 이미지적으로도 강렬한 상상력을 더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관객이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된다. 가족 드라마로 볼 수도 있고, 공상과학 SF 영화일 수도 있고, 철학 영화로 볼 수도 있다.
동양계 이민자 여성이 가진 히어로 포지션, B급 유머, 저예산 등 흥행에 어려운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흥행 열풍에 오를 수 있는 것은 단연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때문이다.
다중 우주로 그려지는 혼란스러운 멀티버스 속 베이글과 돌, 눈알 스티커 등으로 조금은 뜬금없지만 친숙하고 특별하지 않은 물건으로 은유 된 가치들은 많은 생각을 남긴다.
가족과의 갈등, 존재 가치에 대한 고민 등을 모두 날려버리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를 집중하며, 서로를 사랑하자'고 말하는 이 영화는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서 평생을 다정하게 위로해줄 인생의 가이드로 남았다.
'에에올'은 현지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제80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과 남우조연상을 석권했고, 15일(현지시간) 열린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는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작품상, 편집상 등 5관왕을 휩쓸었다.
작품의 열풍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어갔다. 지난 10월 이후 35만여 명의 관객을 기록했으며 장기 흥행에 힘입어 메이킹 확장판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을 공개했다. 그룹 BTS의 멤버 RM, 최우식, 혜리 등 국내 셀럽들이 관람 후기를 남기며 극찬하기도 했다.
한편, 배급사 워터홀컴퍼니는 오는 3월 '에에올'이 재개봉한다고 밝혔다. 메이킹 영상 뿐만 아니라 다양한 캠페인과 이벤트를 포함해서 다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워터홀컴퍼니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