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설경구가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팬들과 소통하며 바뀐 마음가짐을 털어놓았다.
설경구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로, 설경구는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를 연기했다.
쥰지는 조선어와 조선 사정에 능통해 주목받던 엘리트 군인이었지만 좌천된 인물. 설경구는 '유령'을 통해 의심받는 용의자와 유령을 잡아 복귀하려는 야심이 엇갈리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긴장감을 선사한다.
설경구는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이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라) 저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기능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쥰지의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콤플렉스를 지우기 위해 좀 더 집착한다는 큰 틀은 있는데, 그 틀을 바탕으로 기능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하늬와 박소담 등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말을 이은 설경구는 영화 공개 후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이하늬와의 액션신에 대해 "여성과 남성 캐릭터와의 부딪힘이지 여성과 남성의 싸움이라는 것은 안 보이지 않나. 강했다, 정말 아주 강했다"면서 웃었다.
이어 "하늬가 벽에 부딪히는 것도 본인이 하겠다고 해 걱정도 했다. 제가 액션을 잘하는 배우는 아닌데, 뼈는 또 통뼈라 기술이 없으니까 혹시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면서 찍었다. 처음에는 시원하게 못 때리겠더라. 초반에만 약간 걱정했고, 그 다음부터는 편하게 했다"고 얘기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에 연민의 마음을 가지며 몰입한다고 덧붙인 설경구는 "쥰지에 대한 증오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 쥰지가 불쌍하더라"며 "연민을 갖고 접근한다. 정이 안 들면, 캐릭터에 다가가기 어렵더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가장 그렇게 마음에 많이 남았던 인물은 '박하사탕' 김영호였던 것 같다. 한동안 떨쳐내지 못해서 힘들었다. 그때는 제가 경험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촬영장에서 이창동 감독님과 눈도 안 마주치고 다녔을 정도로 괴롭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해영 감독만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담긴 영화 속 색감에 만족한 설경구는 "정말 작정을 하고 다섯 명의 인물을 차별성 있게 그리려고 하신 것 같다.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정말 한 컷 한컷 닦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구석구석까지 온 정성을 들였더라"고 말했다.
'킹메이커', '자산어보', '야차' 등 개봉 및 공개된 작품을 통해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설경구는 '소년들', '더 문(가제)', '더 디너(가제)', '길복순' 등 다양한 차기작으로 계속해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더하고 있다.
6년 전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멋스러운 중년의 미를 보여주며 '지천명 아이돌'로 거듭났던 설경구는 시크해보이지만 속 정 깊은 특유의 매력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으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유령' 무비토크에서는 신조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중간에 꺾지 마'로 해석해 웃음을 전하기도 했고, '사랑해'를 거꾸로 표현한 'H워얼V'도 최근에 알게 됐다며 '유령' 단체 채팅방에서 배우들끼리 서로 이 신조어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신조어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웃으면서 "저는 '사랑해'를 뒤집어서 'H워얼V'로 표현한 것을 보고 정말 천재 같다고 생각했다. '유령' 단체 채팅방에서도 저만 (이런 신조어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남기고 있다"며 유쾌하게 말을 이었다.
팬들을 위한 볼하트는 물론 애교까지 아낌없는 팬서비스를 펼치는 것에 대해서도 "그것도 익숙해지더라"며 껄껄 웃음 지었다.
설경구는 "어제도 '유령' 쇼케이스가 있었다. 메모지에 팬들이 원하는 팬서비스가 적혀있었고, 관객들과 셀카를 찍는 것을 고를 수도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애교 한 번 해달라'고 써 있는 것을 보게 되더라. 감독님이 제가 '애교 3종 세트'를 해야 하는 것을 뽑아서 했다"고 담담하게 말해 웃음을 더했다.
"처음에는 (공개적으로 애교 팬서비를 하는 것이) 죽고 싶었다"고 전하며 "그런데 익숙해지고 나니까, 뭐 점잖 떨 필요 없겠다 싶더라. 이 나이까지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저는 복 받은 사람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