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정이' 배우들이 故 강수연을 추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류경수가 참석했다.
'정이'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김현주는 전설적인 용병이자 AI로 재탄생된 정이 역을, 강수연은 '정이'를 개발하는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았다. 류경수는 크로노이드 연구소장 상훈을 연기했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서현이라는 인물을 누가 연기할 수 있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강수연이 생각났다. 그때부터 '정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락을 어떻게 드려야할지 몰라 강수연과 인연이 있던 '지옥' 양익준 배우에게 물어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읽씹'을 하시더라. 어렵게 전화번호를 알아내 저장하며 '어떡하지'했다"며 "어느 날 강수연이라는 이름이 뜨며 전화가 오더라. 30분 통화하고 끊었는데 겨드랑이에 땀이 날 정도였다. 반팔티가 다 젖었다. 이후 뵙고 이야기했는데 해보자고 하셔서 그 때부터 시작됐다"고 기억했다.
연 감독은 "강수연이 혹시 까다로울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영화 현장을, 후배들을 좋아하신다는 거다. 선배가 모임을 많이 주선해 주셨다. 정말 편했던 모임이 있는데 영화 동아리 학생들 느낌을 받았다. 그 기억이 아직도 많이 나고 소중하다"고 추억했다.
그는 "모임을 가지다보니 배우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졌다. 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편해지다보니 현장에서의 작업도 편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는 "처음에 강수연 선배가 한다고 들었을 때 말이 되나 생각했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 싶었다. 그 전에는 지나가면서도 뵌 적이 없었다"며 "'내가 할 수 있나' 생각에 겁을 더 많이 냈다. 그 분 눈을 보며 연기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강수연을 처음 만난 날을 추억하며 "반갑게 인사하시고 정도 많으셨다. 현장에서는 선배가 아닌 동료였다. 누구보다 진지하시고 열정적이셨다.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 밖에서도 많이 챙겨주셨다. 선배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 '정이' 팀과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수연과 연기할 일이 제일 많았던 류경수 또한 "강수연과의 분량이 90%다. 강수연을 향한 존경이 투영되어 '강수연 바라기' 연기가 나왔다"며 "선배님같은 어른이 되고 싶고, 그 마음을 지금도 변함 없다. '정이'를 강수연과 함께 해 영광이고 감독께도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연 감독은 "류경수가 강수연, 김현주 두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강수연이 류경수를 특히 예뻐하고 귀여워했다"고 덧붙였고 김현주는 "버릇 나빠질까 걱정됐다"고 이야기하며 훈훈한 '정이' 현장을 회상했다.
故 강수연의 유작, 영화 '정이'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넷플릭스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