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누군가는 의심했던 최지훈이라는 선수, SSG 랜더스 최지훈은 곧 우승기를 번쩍 들어 세상에 외쳤다. '난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최지훈은 2022년 프로선수로서 의미 있는 장면을 자신의 인생에 새겼다.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 누가 뭐래도 최지훈은 이 우승의 중심에 있었다. 누군가는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도 닿지 못하는 우승이라는 기쁨을, 최지훈은 프로 3년 차에 맛봤다.
김광현의 세이브로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우익수였던 최지훈은 중견수 김강민 쪽으로 향하다 이내 방향을 틀었다. 우승 상황을 돌아본 최지훈은 "투수 쪽으로 가는 게 '국룰'이라고 하던데, 난 몰랐다. 우승을 한지가 너무 오래됐다. 고등학교 때 우승을 해봤는데, 그땐 3루수였다"며 웃었다.
우승의 기쁨은 곧 지난날의 기억을 몰고 왔고, 그 기억은 최지훈에게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마침 우승을 확정한 날 최지훈의 부모님은 아들의 등 뒤에서 그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외야 우측의 홈런커플존이 부모님의 자리였는데, 대부분 중견수로 나서는 최지훈이지만 이날은 한유섬의 부상으로 우익수로 자리를 옮겨 경기를 끝냈다.
최지훈은 "사실 1차전부터 실수가 많았는데, 나도 모르게 중압감이 쌓여 있어서 울음이 터졌고, 나머지는 엄마, 아빠를 보여 왈칵한 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내 "내가 야구를 그렇게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힘들고, 무시당했던 것들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얘기했다.
그중에서도 앞으로도 지워지기 쉽지 않을, 두고두고 상처로 남은 기억이 있었다. 최지훈은 "대학생 때 처음 대표팀에 뽑혔었는데, 내가 졸업한 학교의 어떤 은사님께서 '쟤가 어떻게 대표팀이 됐대?'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시더라. 그걸 내가 먼저 들은 게 아니라 부모님이 먼저 들으셨다"고 털어놨다.
최지훈은 "프로야구선수 이전에 국가대표가 첫 번째 목표였다. 그렇게 간 자리인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게 맞나,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갔었어야 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부모님 가슴은 얼마나 찢어지셨겠나"라고 돌아봤다.
이어 "사람들은 내가 1년 차 때부터 잘 풀려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무시도 많이 당했고 선수 취급을 못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다 생각이 나는데 엄마, 아빠 얼굴이 보이니까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최지훈이 말하는 최지훈은 소위 말하는 '재능충'이 아니었다. 최지훈은 "수비는 자신 있었지만, 야구의 재능이 그렇게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면서 "내가 그런 사람들한테 보여주려고 야구를 하고, 성공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보여줬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난 후 최지훈은 각종 시상식에서 여러 가지 상을 받으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런 트로피 없이도 최지훈의 눈빛과 열정은 SSG 랜더스를, 그리고 이 리그를 대표한 지 오래다. 최지훈이라는 선수를 말할 때, 이제 물음표는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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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