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 중인 이란 축구대표팀이 미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가족들의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한 보안 소식통은 이란 선수들이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 전 국가 제창 때 따라 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반정부 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자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과의 회의에 소집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지 않거나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형태를 띨 경우 가족들이 고문 받거나 감금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 후 축구 외적인 이유로 화제가 됐다. 이란 내에서 지난 9월 한 여대생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된 뒤 구금 후 사망한 사건으로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축구대표팀 주축 선수들도 '히잡 시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란 에이스 사르다르 아즈문은 개인 SNS를 통해 이란 정부의 반정부 시위 무력 진압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이란 정부는 아즈문을 비롯해 반정부 시위 지지자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선발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지만 카를로스 케이로스 축구대표팀 감독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잉글랜드전에서 2-6으로 대패했지만 26일 웨일스를 2-0으로 꺾고 환호했다. 이란 선수들도 웨일스전에서는 국가를 불렀다.
하지만 웨일스전이 열린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밖에서는 반정부 시위 지지자들과 정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지는 등 축구 외적인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카타르 월드컵 기간 이란의 보안 요원 활동을 관찰 중인 CNN의 소식통은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 수십 명이 차출돼 자국 선수들이 선수단 외부 활동이나 외국인과의 만남에 나서는 등 금지사항을 어기는지도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잉글랜드와의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승용차 등 선물을 약속했지만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지 않으면서 가족과 선수들을 협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은 30일 새벽 현재 미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다. B조 2위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꺾을 경우 자력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한다. 이란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은 아직 없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