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림이 김연아 이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금메달을 목에 건 가운데, 팬들 사이에서 '김예림이 김연아 연지곤지를 재현했다'며 감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예림은 지난 19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ISU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NHK트로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6.90점, 예술점수(PCS) 66.37점, 감점 1.00점을 획득해 합계 132.27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 72.22점을 합쳐 총점 204.49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09년 11월 김연아가 프랑스 대회에서 일궈낸 마지막 그랑프리 대회 우승 이후 13년 만에 ‘연아 키즈’ 김예림이 다시 정상에 올라 한국 피겨의 자존심을 한껏 세운 것이다.
특히 김예림은 러시아 미국과 함께 세계 피겨계를 3분하고 있는 일본에서 그것도 일본 선수 3명을 전부 따돌리고 시상대 맨 위에 올라 피겨 팬과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이날 김예림의 우승은 2000년대 김연아가 은반을 장악할 때 펼치던 '연지곤지'를 모처럼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기념할 만하다.
'연지곤지'란 김연아가 국제대회 금메달 따낸 뒤 시상대에서 일본 선수를 양 옆에 세운 것을 가리킨다.
태극기가 가운데에 오르면서 좌우에 일장기가 뒤따라 오르는 장면이 마치 연지곤지 찍은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피겨 불모지 한국 선수란 점 때문에 석연치 않은 판정을 받아고 꿋꿋이 이겨내고 일본 선수들을 뒤로 밀어내며 '연지곤지' 시상식을 치르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을 안겨다줬다.
김연아는 2008년 10월 그랑프리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미국)에서 나카노 유카리, 안도 미키 등 일본 선수 둘을 각각 2위와 3위로 세우고 '연지곤지' 시상식을 치렀다.
이어 2009년 10월엔 그랑프리 대회 '트로피 에릭 봉파르'(프랑스)에서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2위, 나카노 유카리를 3위로 따돌리고 두 번째 '연지곤지'를 만들었다.
마지막 '연지곤지'가 바로 2009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안도 미키, 스즈키 아키코를 양 옆에 두고 시상식을 치른 것이다. 이 대회는 특히 장소가 일본 수도인 도쿄여서 국민들에게 더 큰 기쁨이 됐다.
이후 김연아가 소치 올림픽 직전 휴식기를 갖고, 또 일본 대신 러시아 여자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연지곤지' 시상식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선수들 출전이 전면 금지되고, 김예림의 기량이 쑥쑥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도쿄 만큼이나 일본 동계스포츠의 중심으로 불리는 삿포로에서 김예림이 지난 2월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3월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사카모토 가오리, 차세대 기대주 스미요시 리온을 밀어내며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김연아 은퇴 이후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연지곤지가 다시 이뤄지면서 피겨 팬들은 물론 시상식을 지켜보는 국민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