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4.25 05:28 / 기사수정 2011.04.25 09:02
그동안 남녀배구대표팀은 프로 구단에서 각 팀을 맡고 있는 감독들이 선정됐다.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 전임감독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대한배구협회는 예산 문제 등으로 전임감독제를 실행하지 못했다.
남미와 유럽 지역의 배구 강국들은 대표팀에 전념할 수 있는 전임 감독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숙적' 일본도 이러한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쓰고 있었다. 박기원 감독은 올림픽 예선전까지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림픽 출전 티켓을 확보한다면 올림픽까지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물론 주어진 1년 동안 대표팀을 성장시키고 실적을 남겨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박기원 감독은 다음달 27일부터 시작되는 '2011 FIVB(세계배구연맹) 월드리그'에서 첫 예비고사를 치를 예정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남자배구를 생각할 때 박 감독의 어깨가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로 한국남자배구는 침체기에 빠졌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상승세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1-3으로 패하며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준결승전까지 전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지만 일본에 2-3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아시안게임 3연패에 실패했다.
1979년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해 20년 동안 감독 생활을 한 박 감독은 '이란 배구의 아버지'로 불린다. 높이와 파워는 유럽선수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지만 기술과 조직력이 부족했던 이란 대표팀을 '강팀'으로 완성시켰다.
특히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란이 개최국인 한국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LIG손해보험의 감독으로 있을 때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배구'를 추구했다.
한국배구의 발전을 두고 늘 논란이 되는 것이 '빠른 배구'다. 유럽과 남미, 그리고 중요한 고비처에서 한국의 발목을 두 번이나 잡은 일본은 모두 빠른 토스를 바탕으로 한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고 있다. 대표팀의 주전 센터인 신영석(우리캐피탈)은 "국제대회의 경우 상대팀의 서브리시브가 잘 이루어지면 블로킹을 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세터의 토스와 공격수의 스파이크가 순식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박기원 감독도 세계 배구와 발맞추기 위해서는 '빠른 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빠른 토스가 아닌, 높고 느린 토스에 익숙한 것이 국내 배구의 현실이다.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돌도사' 석진욱(삼성화재)과 같은 '전천후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배구는 국제대회에 나가면 팀의 궂은일을 담당해줄 살림꾼이 부족했다. 국내 레프트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선수 상당수가 서브리시브에 약하기 때문에 배구 강국의 강서브에 고전했다.
지난 시즌 국내 선수들 중 기량이 한 단계 발전한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 선수 중심의 배구가 리그 전반을 지배해왔고 가빈 슈미트(삼성화재)란 '괴물 공격수'를 키워낸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을 완파하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선수가 등장하려면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대표팀을 발전시키려면 그 밑에서 자라나고 있는 인재들의 기량 향상에 더욱 집중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란 배구를 일으켜 세운 박기원 감독이 '한국배구의 부활'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박기원, 남자배구 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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