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12년 전, 스물 셋의 김광현은 팀의 중심이었다. 12년 후의 김광현 역시 팀의 중심이지만, 김광현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분명 더 무거웠고, 또 위대했다.
SSG 랜더스에게 김광현의 등장은 선물과 같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2년을 보낸 김광현은 길어지는 메이저리그 직장폐쇄로 고민을 거듭하다 '친정' SSG의 손을 붙잡았다. 국내 무대 복귀를 결정한 상황에서 김광현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외국인 투수에 박종훈과 문승원까지 줄줄이 부상 이탈한 2021년 SSG의 최대 고민은 선발진이었다. 올 시즌 박종훈과 문승원이 돌아온다고 해도 복귀 시즌의 경기력을 장담할 수 없었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와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팀 사정에 김광현은 완벽하게 맞는 퍼즐이었다.
'에이스는 에이스'라는 표현은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3경기를 덜 치른 현재 김광현은 27경기 167⅓이닝을 소화, 13승(2패)과 함께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은 2010년 류현진 이후 나오지 않았다. 김광현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5일 잠실 두산전에서 역대 최연소 통산 150승과 함께 1점대 평균자책점 기록 확정에 도전한다.
팬들에게 김광현의 이름은 단순히 마운드 위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었다. 올해 그는 'KK 위닝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1승을 적립할 때마다 팬들을 초대하거나 선물을 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응원수건부터 쿨러백, 와인, 텀블러, 우산, 손 선풍기, 선쿠션, 에코백, 유니폼까지 야구장을 찾는 팬들을 위한 선물 선정조차 사려가 깊었다.
복귀 인사를 전했던 SNS 글에서 "'정말 나는 야구, SSG, 김광현의 팬이 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와 노력,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한 김광현은 그라운드 안에서도, 밖에서도 지켰다.
시즌 전 복귀 기자회견에서는 아쉬웠던 팀의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시즌 초반 잘하고 있다가 조금씩 가을이 가까워지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아쉬웠다. '내가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웃었고, 이내 "올해는 무조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얘기했던 김광현이었다. 그리고 확신에 찼던 이 말 역시,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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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