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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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차리는 한국 축구, "너희가 태극마크를 아느냐"

기사입력 2007.11.21 21:07 / 기사수정 2007.11.21 21:07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올 한해 한국 축구가 스타 의식에 사로잡힌 선수들의 안일한 정신 상태 때문에 그동안 쌓아왔던 위상과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대표팀의 고참 선수들은 아시안컵 기간 도중 룸살롱을 드나드는 음주 파문을 일으켰고 K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통하는 한 선수는 그라운드로 날아온 물병을 다시 관중석에 던지는 불상사를 저질렀다.

최근 한국 축구팬들을 실망시킨 올림픽대표팀의 경기력도 마찬가지. 지난 17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무모한 개인 플레이를 비롯한 잦은 패스미스, 느슨한 볼 처리, 쓸데없는 반칙 행위 같은 안일한 경기력에 일관하며 0-0 졸전으로 끝냈다. 붉은악마는 경기 도중 "정신 차려, 한국!"이라는 구호를 외쳐 무기력한 경기력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선수들의 나태하고 무성의한 태도가 경기에서 그대로 증명된 셈.

이 경기에서 풀타임 출전했던 기성용의 "답답하면 너네가 뛰어라" 파문은 한국 축구팬 전체를 향한 도발적인 표현이었다.

이는 한국 축구 선수들의 스타의식이 너무 지나쳐있음을, 도덕적 해이에 빠졌음을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그는 올림픽대표팀의 일원으로서 나라의 이름을 걸고 뛰는 선수이자 공인이기 때문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번 기성용 파문은 한국 대표팀 선수로서의 사명감 결여라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시작됐다. 그 사명감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자긍심이지 절대적인 애국심도 아니고 화려한 축구 실력과 명성으로 채워갈 수 없다. 특히 대표팀은 금전적인 이득을 빠르게 얻을 수 있는 프로팀과 운영 체계와 다르기 때문에 사명감을 통한 선수들의 정신적인 집중과 강인함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대표팀 선수들은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명예가 아닌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 태극 마크를 달고 있다. 자신의 몸값을 2~3배 올릴 수 있는데다 개인 스폰서 효과, 병역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 몇몇 젊은 선수는 대표팀 출신이라는 이유로 2배 이상의 연봉을 요구할 정도였고 국가대표팀의 고참들은 대회 도중 룸싸롱을 드나들며 태극마크의 명예를 더럽혀 축구팬과 국민의 큰 분노를 샀다.

지금의 개선된 환경과 해외 연수 등으로 좋은 기술력을 지닌 어린 대표팀 선수들은 예전 열악한 환경에서 땀흘리며 정신력으로 버틴 선배들의 투지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경기 내내 죽기살기로 뛰어다니며 상대팀 선수들을 제압하겠다는 불굴의 정신력, 피 흘려도 붕대 감고 경기에 임하던 선배 선수들의 투혼을 기억하며 태극 마크의 사명감을 깨닫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 축구를 위해 뛰었던 선수들이 지닌 자긍심과 투혼,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가슴깊이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축구선수들의 로망인 태극전사로 선택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부끄럼 없는 경기력과 언행으로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

어쩌면 나라를 대표하겠다는 사명감이 선수들에게 힘들고 괴로울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 축구팬들이 옛날부터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축구팬들은 선수의 도발적인 행위와 무기력한 경기력이 아닌 태극전사로서 승리를 이끄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그동안 힘들게 끌어올렸던 한국 축구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한국 축구가 재도약하려면 스타의식에 젖은 선수들이 태극 마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안일한 정신 상태를 버리고 진정한 태극전사로서 축구팬들을 감동시키는 투혼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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