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저한테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잘 들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선수들이 막 뛰쳐나오더라고요."
LG 트윈스 내야수 문보경은 2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6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전해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 팀의 1-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LG의 유일한 득점이자 결승타는 문보경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문보경은 6회말 1사 1·3루에서 롯데 좌완 김유영을 상대로 날카로운 타구를 1루 쪽으로 날려보냈다. 타구가 롯데 1루수 전준우에 정면으로 향하면서 안타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3루 주자가 득점하면서 타점을 올렸고 LG는 이 한 점을 지켜내고 웃을 수 있었다.
경기 막판에는 해프닝도 겪었다. 문보경은 8회말 2사 후 우전 안타로 출루한 뒤 문성주의 볼넷으로 2루까지 진루했다. 하지만 후속 타자 이상호가 3루 땅볼로 아웃되면서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고 이닝은 그대로 종료됐다.
그러나 이때 롯데 투수 구승민이 3루 쪽 원정 더그아웃으로 복귀하면서 3루 베이스 근처에 있던 문보경을 향해 무언가 불만 섞인 제스처를 취했다. 구승민은 2루 주자였던 문보경이 사인을 타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였다.
분위기가 다소 미묘하게 흐르던 가운데 1루 쪽 홈 팀 더그아웃에 있던 LG 김현수와 오지환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구승민에게 항의하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다행히 양 팀 코칭스태프와 심판진이 중재하면서 벤치 클리어링은 2분여 만에 종료됐다.
LG는 이후 9회초 수비 때 마무리 고우석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금요일 밤을 장식했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문보경은 벤치 클리어링 때 상황 파악이 늦었다고 털어놨다. "구승민 선배가 나에게 얘기하는 게 전혀 들리지 않았다"며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팀 선수들은 물론 롯데 선수들까지 다 그라운드로 우르르 몰려와서 놀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문보경은 이날 벤치 클리어링을 처음 경험했다. KBO리그는 2020, 2021 시즌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치러지면서 벤치 클리어링을 엄격히 금지했다. 문보경처럼 저연차 선수들은 벤치 클리어링 상황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8회말이 끝난 뒤 마운드로 향하던 고우석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고우석은 "그라운드로 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다 3루 쪽으로 뛰쳐나가길래 '잠깐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로 입단 후 벤치 클리어링을 처음 봤다. 사실 벤치 클리어링 때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내가 등판 안 하는 날 하지 왜 오늘 나왔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LG 코칭스태프는 벤치 클리어링 발생 직후 고우석부터 보호했다. 고우석은 "전력으로 3루까지 뛰어가면 혼날 것 같아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코치님들이랑 선수들이 저는 오지 말라고 막아줬다"며 "그래도 뭔가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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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