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못 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 임창정이 이번엔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통해서다. ‘벽을 뚫는 남자’(2012) 후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 그는 “커튼콜 때 너무 감동한다”고 이야기했다.
“관객의 박수가 ‘오늘도 해냈구나, 창정이 고생했어’ 의미라고 느껴져요. 커튼콜 때마다 ‘오늘도 해냈구나, 고맙습니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보상을 받은 기분이에요.”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1993)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아내와 이혼한 뒤 세 아이를 볼 수 없게 된 성우 다니엘이 보모인 다웃파이어 부인으로 분장하고 자신의 집에 취업해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담는다.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이자 논-레플리카 버전으로 국내 정서에 맞춰 다듬었다.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제의가 들어올 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뮤지컬을) 10년 정도 안 했는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된 거예요. 이 작품에 대한 정보는 많이 몰랐고요. 원작 영화를 봐서 내용을 알았고 분장을 많이 하는 건 알아서 그 정도일 거로 생각했죠.
구두로 약속한 뒤 실황을 봤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머뭇거려졌어요. 아티스트로서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체력이 될까 걱정됐어요. 2, 3일 연장 공연하다가 체력이 안 되면 민폐잖아요. 예민한 부분이어서 고민하고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용기가 났어요. 공연하면서는 실제로 체력 관리를 잘해야겠다 싶었던 게 정말 우려했던 대로 쓰러질 수 있겠더라고요.”
임창정이 맡은 주인공 철부지 아빠 다니엘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할머니 다웃파이어로 변신해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영화는 나오자마자 봤어요. 로빈 윌리엄스의 완전 팬이거든요. 그분의 영화를 좋아하고 연기를 좋아해요. 목소리는 김수미 선생님부터 이정섭 선생님 등 남자가 여자 목소리를 내는 콘텐츠를 많이 보면서 짬뽕이 됐어요. 어느 날은 이정섭 선생님이 나오는데 어느 날은 약간 (홍)석천이 형 느낌이고요. 억양은 막내를 키워주시는 이모님 톤이에요. 이모님도 아세요. 공연도 보셨어요.”
1인 2역을 맡아 무대에서 분주하게 활약한다. 퀵체인지만 18번이다. 임창정은 “대사량이 너무 많아 아직도 대사 하나가 잘못되면 백지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대사를 놓쳤을 때는 자괴감이 들어요. 머리의 문제, 피지컬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나이도 들고 체력이 저하되면서 집중력이 적어져요. 이걸 하는 거 자체가 민폐가 아닌가 싶은 거죠. 욕심을 부려 작품을 망치는 게 아닐까 우려가 있어 내가 해도 되냐고 다시 한 번 얘기하기도 했어요. 매일이 첫 공연 같아요. 초긴장 상태죠.
부담감이 그런 거예요. 이 작품 자체가 워낙 좋기 때문에 그대로만 하면 실망을 줄 수 없는 작품이에요. 집중하지 않다가 단어를 놓친다든지 가사를 잊는다든지 안무, 탭댄스, 브레이크 댄스 등 해야 할 게 많거든요. 퀵체인지를 30초 만에 해야 하는데 뭔가 삐져나온다든지 엊그저께는 지퍼가 고장 나서 다 열린 상태로 진지한 장면을 해야 했어요. 세트는 나가고 있고 옷은 덜 입고 있고 대사를 잊은 적도 있어요. 내가 못 하고 가만히 있으니 관객이 박수를 쳐주셨어요.
그때 그 자괴감은 평생 처음 겪어본 경험이에요. 공포, 트라우마가 아직도 있어요. 그날을 잊지 못해요. 매일 꿈을 꿨는데 그게 실제로 일어난 거죠. 30년 넘게 무대에 섰으면 그러려니 할 만도 한데 지금도 들어가기 1, 2분 전 파르르 떨어요.
비싼 돈을 주고 보는 관객에게 미안한 거죠. 제일 중요한 장면인데 감동을 못 주면 속상해요. 고생한 앙상블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고요. 관객에게 너무 죄송스러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고 일단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에요. 그런 실수만 안 하면 자신 있어요. "
임창정은 춤과 노래를 비롯해 탭댄스, 루프머신을 이용한 비트박스와 랩 등 다양한 요소를 선보인다. 덕분에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맞춤옷 입은 듯 소화한다.
“처음으로 75% 했다고 생각할 때 뿌듯하더라고요. 공연 자체가 80% 정도를 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세 번째 공연에 대사와 춤, 가사를 비교적 덜 틀려서 이제 체력만 잘 관리하면 끝까지 할 수 있겠구나 했어요. 체력 관리요? 술을 좀 덜 먹어요. 잠을 많이 안 자는데 요즘에는 잠을 일부러 많이 자요. 한 시간 정도만 있어도 누워 있어요. 아무리 먹어도 살이 빠지더라고요. 한 번 하면 2, 3kg이 빠져있으니 보충하기 위해 많이 먹고 있어요. 살이 안 찌네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샘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