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의 121분 러닝타임 대부분은 피바다다. 엑셀을 밟듯 점점 높아지는 잔혹한 수위 속, 두 눈을 가리면서도 김홍선 감독이 곳곳에 깔아놓은 이야기와 반전에 자꾸만 다시 시선이 머물게 된다.
21일 개봉한 '늑대사냥'은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인터폴 수배자들을 이송할 움직이는 교도소 프론티어 타이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악무도한 이들과 베테랑 형사들이 필리핀 마닐라 항구에 모이고, 탈출을 꿈꾸는 범죄자 종두(서인국 분),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도일(장동윤)을 비롯한 이들은 각자의 목적과 경계심을 품고 배에 오른다. 그렇게 한국으로 향하던 중, 이들은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극한의 상황과 마주하게 되고 프론티어 타이탄 안은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늑대사냥'은 '변신'(2019), '기술자들'(2014), '공모자들'(2012) 등을 통해 주로 강렬한 분위기의 장르 영화를 선보여 온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배우 서인국과 장동윤, 최귀화, 박호산, 정소민을 비롯해 김홍선 감독의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성동일, 고창석, 장영남, 손종학 등도 힘을 보탰다.
극 초반 영화가 주는 분위기에 몰입하게 하는 데는 반란을 주도하는 일급살인 인터폴 수배자 박종두 역을 연기한 서인국의 공이 크다. 온 몸에 타투 스티커를 붙이고, 촬영 당시 68kg였던 몸무게를 85kg까지 찌운 것은 물론 게임을 즐기듯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의 '악' 그 자체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앞서 '늑대사냥'은 신선한 자극을 전하는 장르 영화를 초대하는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관객들을 먼저 만난 바 있다.
'늑대사냥'을 초청한토론토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프로그래머 피터 쿠플로스키는 "한 종류의 영화로 시작해서 다른 형태로 충격적으로 변하는 장르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늑대사냥'은 이 점에서 매우 구성과 전개가 훌륭하다"고 언급했다.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서인국의 활약으로 초반 분위기의 중심을 잡은 이후 중반부터는 극의 흐름과 공기가 완전히 바뀐다.
김홍선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 프리퀄, '늑대사냥', 시퀄 세 개를 썼다"고 밝히며 큰 이야기를 세 개를 쓰면서 세계관을 만들고 '늑대사냥'을 먼저 하게 됐다"고 말한 것처럼 '죽느냐, 죽이느냐'의 단순한 목표를 가진 피칠갑 리얼리티 액션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드러나지 않았던 스토리들이 조금씩 열린다.
변한 듯한 흐름에 잠시 당황할 수는 있기에 관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기발한 방향 틀기의 느낌을 함께 선사한다.
그만큼 '늑대사냥'은 뼈대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린 스토리와 배역의 비중에 상관없이 각 캐릭터에 맞게 적절히 녹아든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지며 독보적인 개성만큼은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러닝타임 121분. 청소년관람불가.
사진 = TCO㈜더콘텐츠온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