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연극 ‘트루웨스트’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배우 오만석을 연출로 만난 소감을 전했다.
15일 연극 ‘트루웨스트’ 프레스콜이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진행됐다.
연극 ‘트루웨스트(True West)’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형제가 서로를 질투하고, 증오하고, 동경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이중성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천재 극작가 샘 셰퍼드가 1980년 발표했다. 매장된 아이(Buried Child)’, ‘굶주린 층의 저주(Curse of the Starving Class)’와 함께 ‘가정 3부작’으로 불리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가정 3부작’은 물질 만능주의로 황폐해진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족의 붕괴, 해체, 갈등 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비판한다.
1980년 초연했고 국내에서는 2010년 정식 첫 라이선스로 선보였다. 초연 때 리를 연기하며 각색 작업에도 참여한 오만석은 2015, 2016 시즌에 이어 연출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만석 연출은 "이전에는 장면을 다시 번역하고 각색 위주로 참여했다면 이번에는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더 잘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번역부터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됐다. 리와 오스틴을 맡은 배우들이 새롭게 와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색다른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오만석 연출은 “가정 3부작 시리즈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이어서 많은 분들이 아실 거다. 사실주의에 기반을 둬 쓰지만 부조리 성격이 담겨 꽤 애매모호한 지점에 있다. 되게 쉽게 보다가도 이게 무슨 내용을 담는 건지, 무엇을 얘기하는 건지 관객 스스로 거리를 두게 하는 작품이어서 매력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각자의 입장과 상황에서 해석할 여지가 꽤 있고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심도 있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무겁게도 볼 수 있고 제공해 드릴 게 풍부한 작품이다. 사실주의와 부조리의 경계에서 즐겨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윤경호, 오종혁, 이종훈, 채명석이 사막을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의 방랑자 형 리를 연기한다.
윤경호는 오만석 연출에 대해 "연출님은 배우로서도 계속 이 작품을 해왔다. 놀랐던 건 한 번도 시연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 한 번의 시연을 한 적은 있는데 마지못해 길라잡이가 되기 위해 보여줬다. 우리가 찾아갈 수 있도록 힌트를 명쾌하게 주시고 유쾌하게 이끌어주는 점이 놀라웠다"며 감탄했다.
이어 "본인의 해석이 많이 있을 텐데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우리가 생각한 동선이 먼저라고 했다. 연습이 끝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맛있는걸 많이 사줬다. 왜 대학로에서 오만석, 오만석 하는지 알 것 같다"며 애정을 내비쳤다.
채명석은 "너무 좋고 감사했다.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는데 연출님이 작품에 애정도 많고 배우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코멘트나 디렉션보다 명확하게 접근하는 법에 대한 길을 알려줬다. 물고기를 잡아 먹으라고 주는 게 아니라 잡는 법을 알려주셨다. 많이 배웠다"며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너무 맛있는 걸 많이 사주셨다. 연출, 배우, 선후배의 위치가 아니라 친형님 같고 가족 같은 분위기로 연습해 많이 배우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경호는 "배우 오만석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연출님으로 완벽했다"고 거들었다.
오종혁은 "놀랐던 부분이 있다. 연습 중간에 작게 부상이 있어 참여를 못했다. 연출님을 포함해 모든 배우들이 허리가 낫는 게 먼저라고, 그 다음이 공연이라고 말해줬다"며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어느 날 연습을 왔는데 (오만석 연출이) 대본을 외우시는 거다. '혹시나 너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면 내가 그 시간을 채워야 하지 않나. 특별 공연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하면서 대사를 외우시더라. 너무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감사했다. 그냥 연출님이라면 생각 못하는 부분"이라고 말해 주위를 웃겼다.
옆에서 듣고 있던 오만석은 "출연료가 내게 오니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문태유, 임준혁, 최석진, 유현석은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해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반듯한 동생 오스틴 역으로 출연한다.
유현석은 "대사량이 많은데 연출님이 대본을 놓고 연습실에서 놀기를 원했다. 빠른 시일내에 대사를 외워야 했다. 오스틴 배역끼리 만나면 '어디까지 외웠냐'가 첫 인사였다. 문태유 형이 대사를 워낙 빨리 외워 태유 형의 대본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연출님이 긍정적인 성격이어서 난 할 수 없는데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줬다. 압박 속에 대사를 외웠다. 빨리 대사를 외우고 같이 연습한 시간이 즐거웠다"고 밝혔다.
그는 "차분하게 하는 대사는 별로 없었다. 계속 움직이며 극한의 상황까지 가서 대사를 하는 훈련에 익숙해졌다. 연출님이 맛있는 걸 사줬다. 대학로의 모든 맛집을 다 데려가 주셔서 군말 없었다. '오늘은 여기 가보자, 넌 할 수 있어' 해주셨다. 연출님 덕에 모든 배우가 많은 대사 양을 빨리 습득할 수 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태유는 "대학로를 왔다갔다 할 때 '트루웨스트'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되게 좋은 작품이고 유명한 분들이 한다고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태유는 "많은 분들이 날 모르실 때 '나도 언젠가 많이 잘하고 열심히 하면 저 작품을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트루웨스트'는 언젠가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오만석 형님이 연출하는 시즌에 불러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됐다. 기회가 돼 타이밍이 맞는 것도 연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연이 될 때 오만석 형님과 배우로든 연출님으로든 언제든지 함께하고 싶다"고 바랐다.
최석진은 "내가 '트루웨스트'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트루웨스트가 날 선택해준 느낌이 너무 좋았다. 연이 맞아 좋았고 오만석 연출님이 선장으로서 우리를 이끌어줬다. 내가 연출님이 종혁이 형 대신에 대본을 외울 때 맞춘 장본인이다. 연출님과 연기를 해본게 처음이어서 떨렸는데 짧은 순간에도 이래서 이 사람이 대배우구나 했다. 너무 행복하고 '트루웨스트'라는 작품을 하게 돼 기분이 좋다. 하루하루 설렌다"고 털어놓았다.
이 외에도 극에 활력을 더하는 헐리우드의 잘나가는 프로듀서 사울 키머 역에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승원, 김태범이 함께한다.
'트루웨스트'는 11월 13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공연한다.
사진= 레드앤블루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