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하지원 기자) 데뷔 21년 차 배우 하정우가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로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2년 만에 세상과 마주한 하정우는 현재 모든 게 낯설다.
하정우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관련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지난 9일 6편 전편 공개됐다.
하정우는 2020년 영화 '클로젯' 이후 2년 만에 돌아왔다. 하정우는 2020년 8월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고, 항소를 포기하며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수리남'은 7년 전 이미 하정우가 소재를 접하고 절친한 윤종빈 감독에 제작을 제안했던 작품인데, 공교롭게도 '마약' 관련 소재를 다뤘다. 하정우는 정공법을 택했고, 논란과 별개로 절찬리에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을 마주한 하정우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보였다. 특유의 너스레는 사라지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정우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7일 진행된 '수리남' 제작발표회를 떠올리며 "사죄의 말씀을 드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런 말씀을 드리기보다는 직접 기자님들 뵙고 말씀드리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많은 분께 실망을 드리고 걱정을 드리고 했던 부분에 있어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라고 물의를 빚었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2년의 공백 기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하정우는 "반성도 많이 했다. 달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부분에 있어서 제동이 걸렸다.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아팠지만 소중했던 시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때 제 나이도 체감했다. 잠에서 깨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현재는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 (촬영으로) 1년 동안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 만날 여건도 안 됐다. 그러다 보니까 모든 게 낯설다"라고 전했다.
낯설고 긴장되는 순간에서도 하정우의 침착한 인터뷰는 계속됐다.
오랜만의 복귀작에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오랜만에 나오다 보니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특별한 건 없다. 제 연기야 잘해야 본전이다. '재밌게 봤다', '잘 봤다' 그 정도로 봐주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극 중 하정우는 큰돈을 벌기 위해 온 수리남에서 전요환(황정민 분)으로 인해 마약사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수감된 후 국정원 비밀 작전에 합류하는 인물인 강인구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정우는 강인구 역할의 실존 인물을 직접 만나봤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그는 "촬영 전에 직접 만나 뵙고 15페이지 회고록처럼 쓰신 것도 읽어봤다. 촬영 현장에도 사모님과 놀러 오셨다. 이 시리즈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반가운 마음이셨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전문 요원도 아닌 사람이 기지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단순히 중학교 때 유도를 했다는 것 하나로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게 가능할까? 그 지점이 아주 어려웠던 것 같다"라며 "연기하기 위한 명분을 윤 감독과 이야기하면서 하나하나 찾아 나갔다"라고 전했다.
하정우는 박해수가 연기한 최창호 역할에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진짜 좋은 역할이다. 극명하게 두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 구상만이라는 사람과 국정원 직원. 그 두 가지를 오가며 연기 톤을 바꿔가며 연기하고 하는 것 자체가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하정우는 "주연배우로서 스토리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새로움을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어려운 것 같다"며 연기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갈수록 고민이 늘어난다고.
그는 "최근에 '백두산', '신과 함께', 특히 이번 '수리남'. 1번 주연이 주는 끌고 가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극적으로 새롭게 보여드리고 잘할 수 있을까가 요즘 들어 그런 고민이 든다"라고 전했다.
'수리남'을 통해 오랜만에 시청자와 만난 하정우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거 말곤 없다"라고 덤덤한 소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넷플릭스
하지원 기자 zon122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