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박윤서 기자) "그냥 웃으면서 장난쳤어요."
KIA 타이거즈 임기영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두산 타선은 꼼짝 못 했다. 이날 임기영은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임기영의 호투에 힘입어 KIA는 3-0 승리를 따냈고, 임기영은 시즌 3승을 달성했다. 다시 승리를 맛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81일이었다. 지난 6월 21일 롯데 자이언츠전(5⅓이닝 3실점)이 마지막 승리였다. 시즌 2승 수확 후 9차례 선발 마운드에 섰지만, 승리 없이 7번의 패배를 경험했다. 3번의 퀄리티스타트도 무용지물이었다.
올해 임기영은 '불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날 경기 전까지 8차례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고도 무려 11번의 패배를 떠안았다. 경기당 득점 지원은 3.17점에 불과했다. 팀 타율 2위, OPS 2위에 랭크 중인 KIA 타선은 임기영만 등판하면 방망이가 식었다. 최근 3경기에서 37점을 몰아쳤던 타선은 10일 두산전에서 3점을 뽑는 데 그쳤다. 임기영은 실점 없이 두산 타자들을 봉쇄하며 스스로 승리를 쟁취했다.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만난 임기영은 "이겨서 기쁘다. 그동안 길게 못 던져서 팀에 미안했다. 그래도 오늘은 점수를 안 주고 길게 이닝을 끌고 갔다. 올 시즌 들어서 제일 좋았다"라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임기영은 타선의 득점 지원 질문에 "어제 경기가 끝나고 타자들이 내일은 많이 못 뽑을 것 같다고 미리 말했다(웃음). 대량 득점 이후 다음 경기에서 점수를 많이 못 뽑는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그래서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3점 정도 준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오늘은 그냥 마음 편히 던졌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타자들과 얘기를 많이 한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데 이렇게 결과가 나온 것이다. 누구나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한다. 득점 지원을 못 받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패배 숫자에 비해 눈에 띄게 적은 승수. 어떻게 마인드컨트롤을 했을까. 임기영은 "주위에서 안타깝게 봤는데, 나는 크게 신경 안 썼다. 오히려 '이렇게 된 거 뭐라도 1등 한 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그냥 웃으면서 장난쳤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승리의 기쁨. 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임기영의 자세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 임기영은 "오늘 이겼는데 다음 경기도 똑같이 준비할 것이다. 여기서 내가 더 욕심을 낸다고 해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다. 그냥 지금처럼 똑같이 준비할 것이다"면서 "개인적인 목표는 아예 없다. 팀이 5강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내가 할 것만 하려 한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KIA 타이거즈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