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치명적인 실수로 좌절을 겪었던 고명석을 일으켜 세운 건 이병근 감독의 어루만짐이었다.
고명석은 지난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성남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8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장해 전반 27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득점을 터뜨린 그는 펄쩍 뛰어올라 포효했다. 이병근 감독도 세트피스에서 고명석의 득점이 터지자 격하게 환호했다.
고명석은 직전 27라운드 수원FC와의 수원더비에 교체로 출전했다가 후반 추가시간 48분 치명적인 실수를 하며 라스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박스 안에서 상대 크로스를 발로 컨트롤하려다 볼이 흘렀고 라스가 이를 놓치지 않고 쐐기골로 연결했다.
그럼에도 이병근 감독은 불투이스와 함께 고명석을 선발 출격시켰고 선수는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는 맹활약했다. 주장 완장을 찬 불투이스와 함께 찰떡 호흡을 자랑한 그는 상대 장신 공격수 뮬리치를 꽁공 묶어 팀의 4-1 대승에 기여했다.
고명석은 16일 엑스포츠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원더비 때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서 많이 힘들었는데 성남전 때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돼 몸이 정상이진 않은데 이번 경기에 최대한 정상으로 만들려고 준비했더니 골도 넣고 승리해서 너무 좋았다"라고 승리의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고명석과 일문일답.
Q. 득점 후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듯 포효했는데
수원더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이틀 정도 밤을 못 자고 밤을 새웠다. 힘든 상황에서 감독님이 전화로 ‘실수해도 괜찮다. 잘하려다 그런 거니 괜찮다’라고 해주셨다. 잘 다독여주셔서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또 연습 때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헤딩 연습을 시켜주셨다. 골을 넣고 나서 ‘운동을 열심히 하니 다 돌아온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딩을 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들어가면서 실수했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들어가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원래 욕도 잘 하지 않는데 욕을 너무 많이 했다. (중계 화면에 그 장면이 잡혔다) 주변에서도 욕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Q. 이병근 감독도 수원더비 후 전화로 괴롭혔다고 말했는데 이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감독님의 전화가) 컸다. 많이 힘들었다. (수원더비 때 실수했던) 그 상황이 2-3으로 지고 있었고 추가시간이었다. 걷어내기만 하면 됐는데 우리 볼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 급해서 실수했다. 감독님이 ‘그런 상황에서 쉽게 해도 괜찮다. 잘하는 거보다 쉽게 하자’고 말씀하셨다. 그다음부터 정신을 다잡고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Q. K리그1에선 첫 골이다
실수를 하고 난 뒤 성남전이 정말 중요했다. 포문을 여는 골이여서 좋았고 남달랐다.
Q. 뮬리치를 잘 막았는데 불투이스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대화보다는 경기할 때 불투이스와 서면 조합이 좋았다. 믿음을 갖고 서로 얘기하면서 커버를 신경 썼다. 블투이스가 공격적이니 내가 커버를 한다고 말했다. 또 뮬리치를 준비할 때 키가 커서 경기 영상을 많이 보면서 준비했다. 키가 크지만, 헤딩보다 가슴으로 컨트롤을 많이 해 그 상황에 대처하는 걸 연구했다. 스피드도 뮬리치가 빠르지만, 따라갈 자신이 있었다. 나름대로 잘 준비했던 것 같다.
Q. 이병근 감독이 고명석 선수를 중용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훈련 때도 그런 믿음을 주는지
운동할 때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 보니 개인적으로 훈련을 많이 시켜주신다. 헤딩이나 피지컬 등 단점을 잘 짚어주신다. 제가 또 실수가 많아서 쉽게 하라고 말씀해주신다. 많이 도와주신다.
Q. 최근 팀 분위기는
저희는 많이 이기지 못하고 골도 못 넣었다. 그래도 운이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장점이 다 있고 엄청 잘하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좋다. 훈련할 때 분위기가 너무 좋다. 감독님 코치진이 훈련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신다. 공격 때도 득점 연습, 슈팅 연습도 세부적으로 잘하는데 그런 점에서 성남전에 골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Q. 남은 시즌 수원의 목표
사실상 목표는 파이널A지만, 앞에 있는 한 경기 한 경기만 신경 쓰고 있다. 이번 성남전도 올해 가장 중요한 결승전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이번에 이겼으니 제주전도 제주전만 신경 쓰겠다. 한 경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준비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저희도 파이널A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번 경기처럼 하면 계속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제주전 각오
올해 경기 중에 성남전에 득점을 가장 많이 해 선수들도 자신감이 살아났을 것이다. 제주 원정이 힘들 것이다. 제주도 이전 경기 5-0으로 크게 이겨 걱정이다. 우리가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한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