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김현정 엑스포츠뉴스 기자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무엇을 상상하든지 난 그 이상이지. 내가 보여줄 테니 입 다물고 감상해봐~”
배우 서경수가 또 한 번 변신을 감행했다.
아버지가 죽고 파산 위기에 놓인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아름다운 여장 남자 롤라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킹키부츠’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 악화로 폐업하던 중 아주 특별한 부츠를 만들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 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레이즈 유 업/저스트 비(Raise You Up/Just Be)' 등 따라부르기 쉬우면서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넘버와 배우들의 열연, 엔젤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로 볼거리를 더하는 작품이다.
제리 미첼이 연출을, 신디 로퍼가 작사 작곡을 맡아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같은 해 미국 뮤지컬 시상식인 美 토니어워즈 6관왕, 英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3관왕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세계 첫 라이선스로 한국에서 공연을 선보였고 꾸준히 관객과 만나며 사랑 받았다.
서경수는 이번 2022년 시즌에서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서는 아름답고 유쾌한 남자 롤라 역에 새롭게 캐스팅돼 무대에 오르고 있다. 찰리 프라이스(신재범 분)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드래그퀸이자 수준급 복서다.
롤라는 그가 좋아하는 레드 컬러의 이미지처럼 도발과 유혹, 열정을 지닌 인물이다. ‘벌거죽죽한 버건디는 육포, 아저씨들의 점퍼 색상, 권사님 가방, 레드는 섹스의 컬러'라고 능청스럽게 말한다.
아픈 상처도 있지만 편견과 억압 속에서도 유쾌한 매력과 자신감을 표출한다. ‘날 보면서 자기 인생은 정상이라고 느끼고 싶어 하는 비정상들이 이 클럽에 가득하다’라며 돌직구를 던지는 롤라는 ‘남자가 반드시 남자다워야만 정상인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한다.
‘신입 롤라’ 서경수는 누가 봐도 건장한 비주얼의 소유자이지만 하이힐과 드랙퀸 복장을 장착하고 섹시한 말투, 몸짓, 손짓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연기와 가창력을 모두 겸비한 배우답게 '킹키부츠'에서도 역량을 발산한다.
주인공 찰리의 성장 과정이 이 극의 줄기인데, 찰리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서 남들과는 다르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는 롤라를 이질감 없이 연기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그의 철학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Land of Lola', 'Not My Father's Son', 'Hold Me In Your Heart' 등 넘버도 안정적으로 소화한다.
서경수는 굵직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2006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앙상블로 데뷔한 뒤 2013년 ‘넥스트 투 노멀’에서 게이브 역으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이후 ‘베어 더 뮤지컬’, ‘뉴시즈’, ‘시라노’,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그리스’, ‘차미’, ‘브로드웨이 42번가’, ‘썸씽 로튼’, ‘레드북’, ‘위키드’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썸씽 로튼’에서는 자기가 잘 난 걸 아는 국민 작가 셰익스피어로 활약, ‘제5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최근에는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인 인간계에 데스노트를 떨어뜨린 사신 류크로 열연했다.
비슷한 시기에 ‘킹키부츠’에서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발산해 인상을 남긴다. 무대에서 한 길을 걷고 있는 17년 차 뮤지컬 배우 서경수의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그가 또 어떤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지 벌써 궁금해진다.
사진= CJ EN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