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9:28
스포츠

밀란에서 유벤투스 팬으로 살아가는 법

기사입력 2007.11.01 18:59 / 기사수정 2007.11.01 18:59

양승범 기자

[엑스포츠뉴스 = 양승범 기자] '밀란에서 유벤투스 팬으로 살아간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레알 마드리드 팬',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리버풀 서포터'. 듣는 순간 무언가 어색한 느낌을 감지할 것이다. 양 도시를 대표하는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앙숙이자 라이벌이기 때문.

이탈리아에도 AC 밀란과 인테르 밀란, 그리고 인테르 밀란과 유벤투스의 사이는 매우 험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클럽의 팬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라이벌 클럽을 응원하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도 하지 못할 일.

31일 언론사 라우터는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했다. 놀랍게도 이탈리아에 이러한 '금기'를 깬 서포터 클럽이 있다는 것. 바로 밀란에 거주하는 유벤튜스 서포터 클럽 '마두니나(Madunina)'이다. 놀랍게도 회원 수도 630명에 달하는 큰 규모의 조직이다.

이 서포터 클럽의 이름에는 '밀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특징. '밀란 사람'이 오래된 숙적 유벤투스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상황에 '밀란'이라는 단어까지 들어가게 되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테르와 유벤투스의 관계는 매우 험악하다. 상대팀을 응원하는 것이 들키기라도 한다면 학교, 직장 등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 

그래서인지 유벤투스를 응원하는 '마두니나' 서포터 클럽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종종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왜 밀란의 완벽한 두 팀을 두고 유벤투스를 응원하느냐"는 조롱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

그러나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유벤투스의 역사는 승리와 영광 위에 황금의 글자로 쓰였다. 다른 팀이 없어진다 해도 유벤투스는 영원할 것"이라는 마두니나의 회원 귀도 세크레토씨의 말은 자못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흥미롭게도 밀란에 거주하는 유벤투스의 팬 중 대부분은 밀란 태생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직장을 찾아 이탈리아 제2의 도시 밀란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럼에도, 유벤투스의 팬이 많은 것은 소위 '국민 클럽'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적으로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밀란에서 만큼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인테르와 AC 밀란의 팬들은 서로 험악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유벤투스와 맞붙을 경우 라이벌팀을 응원하기까지 한다고 하니 이만하면 '견원지간'인 두 팀의 사이를 알 만하다.

사실 이러한 라이벌 관계는 60년대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당시부터 지속해 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기름을 부은 것은 2005/06시즌 유벤투스가 승점조작에 연루된 직후다.

당시 세리아 A의 우승을 차지한 유벤투스가 우승팀 자격을 박탈당함과 동시에 세리아 B로 강등되었고, 2위를 차지했던 AC 밀란 역시 승점 감점 조치를 당하며 3위 인테르가 어부지리로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다음 시즌에서도 인테르는 유벤투스가 없는 세리아 A에서 리그 2연패에 성공, 1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 유벤투스가 인테르를 곱게 볼 리 없는 상황.

그리고 두 시즌 여 만에 유벤투스는 오는 11월 4일(현지시각) 숙적 인테르 밀란과 경기를 갖는다. 이 경기는 '마두니나' 소속의 서포터들에게도 분명 중요한 일전. 회원 벤카르디노씨는 "확실한 것은 우리(유벤투스)가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정상을 지켜왔으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11월 4일은 운명의 심판일이 될 것이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인테르 밀란과의 험악한 관계 탓에 비밀리에 모임을 해야 했고, 유벤투스의 홈 토리노로 이동하는 동안 '비안코네리'를 상징하는 유니폼도 드러내 놓고 입지 못했다는 그들. 다가올 운명의 경기를 맞아 유벤투스의 홈 토리노에서 그동안의 설움을 씻어낼 수 있을까?

인테르 밀란과 유벤투스의 불꽃 튀는 대결이 더욱더 흥미로운 이유다.



양승범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