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학생, 윤승재 기자) 14-11, 매치 포인트가 되는 순간. 자리에 앉아있던 관중은 없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승리를 바랐다. 이어 두 번의 탄식 끝에 나경복의 오픈 공격이 비디오판독 끝에 득점이 확정되자,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뒤덮였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32위)은 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챌린저컵 남자배구대회 8강전에서 호주(38위)에 세트 스코어 3-2(23-25, 25-23, 25-17, 22-25, 15-13)로 승리, 4강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평일 저녁임에도 많은 관중이 들어와 열렬한 응원에 나섰다. 관중 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한 건 아니지만, 이곳에서 농구 경기가 열렸을 때 최다 관중이 5천 3백여 석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림짐작으로 4천여 명의 인원이 이날 경기를 찾은 듯했다.
하지만 수만 많았던 것이 아니다. 리액션도 훌륭했다. 한국의 득점 순간순간 우레와 같은 환호로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했고, 득점뿐만 아니라 빠르고 강한 스파이크나 서브, 호수비 등이 나올 때면 관중들은 어김없이 엄청난 환호로 경기장을 메웠다. 마치 V-리그 챔피언결정전을 보는 듯한 뜨거운 응원열기였다.
호주 선수들에게도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인 것도 흥미롭다. 경기 직전 호주 선수들이 먼저 소개될 때도 적극적인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고, 경기 도중 호주 선수의 좋은 수비나 공격이 있을 때마다 4천여 관중은 탄성 섞인 감탄을 보냈다. 또 1세트 당시 포프 로렌조가 수비 충돌로 부상을 입었을 땐 진심어린 박수로 그를 격려하기도.
그리고 마지막 5세트. 팬들의 진심어린 기립 응원으로 ‘축제’의 방점을 찍었다. 실내라 이들의 함성 ‘시너지’는 대단했고, 선수들 역시 팬들의 응원에 힘을 많이 받았다고. 이날 33득점으로 한국의 승리를 이끈 허수봉은 “팬들이 많은 응원과 함성을 불러주셔서 선수들도 텐션이 많이 올라갔던 것 같다”라며 이날 경기를 돌아보기도 했다.
사실 남자배구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올림픽 4위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 등 호성적을 거듭하는 여자배구와는 달리, 남자배구는 수 년 간 세계무대의 벽을 넘지 못하며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관심과 응원 열기도 여자배구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안방에서 국내 팬들 앞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뒀고, 팬들 역시 엄청난 박수와 응원, 환호로 열기를 더했다. 선수들과 팬들이 합심해 만든 하나의 축제. 남자배구 흥행에 희망을 안겨준 소중한 날이었다.
사진=잠실학생 윤승재 기자, 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