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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 김병지-이운재의 '냉정함' 배워라

기사입력 2007.10.29 17:19 / 기사수정 2007.10.29 17:19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김영광, 두 노장을 타산지석 삼아야'

지난 21일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서 대전 서포터스를 향해 물병을 투척한 김영광(24, 울산) 사건은 방승환(24, 인천)의 1년 출전 정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 벌어진 것이어서 K리그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가 물병을 던진 경기는 많은 축구팬이 지켜봤던 6강 플레이오프 경기였기에 공인의 위치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불상사였다.

관중을 향한 물병 투척은 말 그대로 '인간 대 인간'이라는 대립 전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프로축구 선수는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펼쳐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그라운드에서 잘 다스리지 못해 폭발하면 그 선수는 프로 선수라는 자격이 없다. 미래 한국 축구를 뜨겁게 성원할 어린 축구팬들이 보는 앞에서 돌발적인 행동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

김영광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주전 골키퍼와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라는 화려한 경력과 올 시즌 K리그 올스타 최다득표자로서 훌륭한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러나 관중에게 물병을 던지는 실수 때문에 공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질타를 받아 총 8경기 동안 경기에 뛸 수 없다는 징계에 따라 그 책임을 무겁게 부여받았다.

김영광의 행동은 자신의 14년 선배 김병지(37, 서울)와 11년 선배 이운재(34,수원)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김영광은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김병지와 이운재를 이을 한국 축구 최고의 골키퍼가 될 수 있는 젊은 선수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냉철한 마인드와 침착함 만큼은 두 노장을 배워야 할지 모른다. 두 노장은 K리그에서 안티팬이 가장 많기로 유명한 서울과 수원의 주전 골키퍼다. 상대 서포터들이 골대 뒤에서 심한 자극을 해도 전혀 흔들림 없이 경기에 몰두하여 제 역할을 해냈다. 김영광은 물병 투척 사건을 계기로 두 노장의 '냉정함'을 타산지석 삼아야 할지 모른다.

김병지는 지난해 8월 23일 수원과의 라이벌전 도중 수원 서포터스가 서울 골문 쪽으로 투척 된 수십 개의 물병을 직접 운동장 밖으로 치웠다. 그의 위치는 수원 서포터스와의 거리가 가까워 감정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도발할지 모르는 우려감을 덜기에 충분했다. 그는 상대팀 서포터들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 없이 경기가 속행될 수 있도록 그저 묵묵히 선수 경기력에 방해되는 장애물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이운재는 지난 2004년 중국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탈락을 바라는 중국팬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다. 당시 그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신경 쓰지 않는다. 분위기에 휩쓸릴 정도의 우리 팀이 아니다"고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밖에 상대팀 서포터스가 자신을 향해 동전을 투척하자 "제발 동전만은 던지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또 그는 지난해 95kg까지 불어났던 몸무게 때문에 상대팀 서포터스로부터 '돼운재'라는 심한 모욕까지 들으며 경기를 치렀지만 어떠한 도발도 일삼지 않고 경기에만 몰입했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인신공격조차 경기중 머리 밖으로 훌훌 내뱉는 냉정함은 혈기 왕성한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골키퍼는 상대팀 팬들에게 가장 공격을 많이 받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김병지와 이운재는 상대팀 팬들의 야유에 정면 대응하기보다는 골키퍼로서 실점을 헌납하지 않기 위해 오직 실력으로 승부를 겨뤘다. 김영광이 두 노장 골키퍼와 견줄만한 평가를 받고 싶다면 그들의 냉정함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습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수원 골키퍼 박호진은 "상대팀 서포터들이 오물을 투척하여 나를 맞추더라도 무서워서 피할 수는 없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는 내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영광은 물병 투척이 자신의 프로 인생에 오점을 남겼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년 시즌 멋진 선방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면 팬들은 그의 경기력을 높이 칭찬하여 지난날의 안 좋았던 추억을 머릿속에 잊힐 수 있다. 비록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공인으로서 멋진 모습을 보인다면 팬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선수로 남을 것이다.

[사진=김영광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대전 서포터즈에게 물병을 던지는 장면 (C) 엑스포츠뉴스 김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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