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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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 1차전 리뷰] 총체적 난국을 보인 콜로라도.

기사입력 2007.10.26 07:21 / 기사수정 2007.10.26 07:2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흔히 최악의 상황을 나타낼 때 쓰이는 말이 ‘답이 없다’란 표현을 쓴다. 많은 기대 속에 열렸던 2007 월드시리즈 1차전. 패자(敗者)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답이 없었다. 

22전에서 21승을 기록한 팀의 모습은 8일 만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해있었다. 적어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연파하고 월드시리즈에 오른 로키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비록 1패를 당했을 뿐이다. 그러나 1:13으로 대패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리즈를 감안한다면 1차전에서의 콜로라도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앞으로 남은 시리즈를 소화하고 창단 15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팀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콜로라도 지역의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하루 빨리 로키스는 전력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번 월드시리즈 1차전에 노출된 콜로라도의 문제를 짚어보기로 한다.

8일간의 휴식은 결국 독 - 투수진에서 심각한 모습을 노출

월드시리즈 기록을 살펴보면 1주일을 초과하는 긴 휴식을 치르고 월드시리즈에 임한 팀의 승률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승을 한 경우가 많았고 콜로라도의 클린트 허들 감독도 인터뷰에서 이런 점을 언급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콜로라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엇보다 2007' 최고의 에이스 중 한 명인 조시 베켓을 상대로 한 타선의 모습은 그렇다 치더라도 포스트시즌 동안 2점대의 놀라운 방어율을 기록한 콜로라도 투수진은 차마 보기엔 안쓰러운 모습까지 보이며 무너지고 말았다.

콜로라도의 젊은 좌완 에이스 제프 프란시스는 스트라이크 존을 예리하게 관통하는 자로 재는 듯한 제구력을 지닌 기교파 투수다. 그리고 이 자로 잰 듯한 컨트롤은 포스트시즌동안 빛을 발하며 시리즈 1차전의 승리를 모두 가져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드러난 모습은 포스트시즌 이전 경기에서 나타난 그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것이 주무기인 그의 장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구위가 떨어진 것도 문제였지만 자신의 주특기인 컨트롤이 난조를 보인 게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콜로라도의 허들 감독은 8일간의 공백기 동안에 단 이틀만 휴식을 취했으며 나머지 시간은 전부 훈련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훈련 중에서 자체 청백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팀의 코칭스태프와 타자들은 로키스의 투수들이 이러한 훈련을 통해 경기의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며 청백전은 투수들을 위한 훈련이었다고 표명했다.

또한, 허들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을 해준 로키스 선발진과 불펜진들이 자체 청백전을 통해서 경기의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콜로라도 선수들이 아직 젊고 월드시리즈 경험이 전무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공백기동안 경기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가졌던 투수들의 훈련은 결과적으로 먹히지 않았다. 보스턴의 타선은 콜로라도가 꺾었던 애리조나와 필라델피아와는 차원이 틀렸다. 

오랜만에 오른 마운드의 감각과 자신의 구질을 바로잡기 위해선 프란시스에겐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초반에 고전했지만 3점 이내로 막아내면서 5회를 넘어서면 그런대로 자신의 구질을 어느 정도 되찾고 한결 안정적인 투구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상대팀이다. 만약 상대타선이 애리조나였다면 지속적인 투구를 펼쳐 자신의 감각을 빠르게 회복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프란시스 앞에 방망이를 들고 있던 적군은 타선의 짜임새를 갖춘 보스턴이었다. 그들은 프란시스가 몸을 추릴 시간적 여유를 용납하지 않았으며 5회가 넘기기 전에 강판시키고 말았다.

이외에도 콜로라도의 심각한 문제점은 계속 이어졌다. 급히 등판해서 몸이 안 풀렸던 이유도 있겠지만 선발인 프란시스와 마찬가지로 그 뒤를 이어 마운드를 밟은 프랭클린 모랄레스와 라이언 스피어 역시 제구력을 잃고 투구의 리듬까지 상실하고 있었다. 투수가 바뀐 이후에도 콜로라도 마운드는 총체적 난조를 보였고 보스턴 타선은 그 틈새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투수를 가장 괴롭히는 방법은 안타나 홈런을 치는 것만이 아니다. 제구력이 되지 않는 공에 괜히 배트를 휘두를 필요성은 없다. 오히려 방망이만 휘둘려서 범타로 만들어 주면 그것이 제구력이 안 되고 있는 투수들을 도와주는 방법인 것이다. 

영리한 보스턴 타선은 이 점을 직시하고 있었고 흔들리는 콜로라도 투수들을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 끈질기게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과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어설픈 볼을 노려 짧은 스윙을 해 안타로 만들어내는 공략법.

보스턴이 보인 이러한 체계적인 타격기술은 대량득점으로 이어졌고 콜로라도의 투수진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제구력의 극심한 난조를 보인 스피어는 만루상황에서 3타자 연속 볼넷을 기록해 안타 없이 순식간에 3실점하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겼다. 

이는 단순히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의 레벨차이, 보스턴 타선의 무서움만으로는 해결점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이다.

결정적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끝난 이후 8일간의 공백기간 동안 로키스는 투수관리에서 실패한 점이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숨김없이 드러났다. 단지 선발인 프란시스만 제구력과 투구리듬에서 문제를 보인 것이 아니라 이어 등판한 구원투수들도 모두 흔들리고 있었던 모습을 봤을 때, 로키스의 투수관리와 훈련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또한, 콜로라도는 투수력 뿐만이 아니라 공격력과 수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연승을 거두었을 때의 그들이 아니었다. 어딘지 위축된 모습을 보였고 선수들의 플레이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월드시리즈에 비해 비교적 부담감이 덜한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중압감을 털어내고 경기에 임한 것이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했다.

그러나 애리조나의 홈구장인 체이스필드와는 달리, 보스턴의 펜웨이파크가 지니는 분위기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중계요원들의 경험담에서도 나왔으나 뉴욕의 양키스타디움이나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 필드, 그리고 보스턴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에 들어서면 원정팀들은 결코 피하지 못할 위압감을 느낀다.

특히 펜웨이파크는 구장의 규모가 작은데다가 경기장과 관중석의 위치가 매우 근접해 있어서 극성스러운 보스팬들의 성화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것은 그저 경기에만 집중하는 태도로 묵과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경기에 임하면 결코 피할 수 없는 난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큰 무대에 처음 서보는 젊은 선수들은 그러한 위압감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더욱 잦은 편이다.

'거침없이' 연승을 달리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오른 콜로라도는 참으로 호된 월드시리즈 신고식을 치렀다. 이제 26일에 같은 장소인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질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는 현재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우발도 히메네스가 출전한다. 

2차전에서 승리하는 것도 콜로라도에겐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하루빨리 포스트시즌동안 이어왔던 팀의 페이스를 다시 찾는 것이 시급하다. 투수진이 안정감을 되찾고 제구력을 되찾아야 한다.

<사진=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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