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정현 기자)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전설 지소연이 연고도 없는 수원FC 위민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26일 수원시청 1층 로비에서 지소연의 수원FC 위민 입단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지소연은 지난 12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고 WK리그 수원FC 위민과 입단 계약을 맺었다.
지소연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자신의 새로운 등번호 91번이 새겨진 유니폼과 꽃다발을 전달 받았다. 로비 위 2층에도 수원시 공무원들이 자리해 박수를 보냈다.
지소연은 이날 입단식에서 "제가 12년 정도 해외 생활을 하고 국내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한국 팬들을 만나서 반갑다. 수원시청에서 기자회견 하게 돼 영광스럽다. 많은 분이 지켜봐 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지소연은 대부분의 프로 생활을 첼시에서 보냈다. 그녀는 2014년 1월 첼시 레이디스(첼시 위민 전신)에 입단해 이달 귀국할 때까지 8년 반 동안 활약했다.
지소연은 첫 시즌부터 맹활약하며 첼시를 창단 첫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첫 UEFA(유럽축구연맹) 위민스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는 데 이바지했다. 그녀는 다음 시즌엔 잉글랜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PFA(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여자 선수상을 받았다. 그녀는 2019년에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 베스트와 FIFA 올해의 여자축구 선수상 후보에 오르는 등 국제적으로도 굵직한 성과를 냈다.
지소연은 지난 4월 30일 구단을 통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첼시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그녀는 첼시에서 211경기 68골을 기록했다. 첼시 위민의 외국인 선수 최다 출장 기록을 세웠다.
일본 고베 아이낙 시절까지 합하면 총 12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이제 실업 리그인 WK리그에서 뛴다. 스무 살 한양여대 시절을 제외하고 그녀는 한국 선수들과 리그 경기를 치른 경험이 없고 20대를 지나 30대가 된 지금, 한국 선수들과 리그 경기를 치르게 된다.
지소연은 "제가 스무 살 이후로 한국 선수들과 뛴 경험 없어서 설렌다. 인천 현대제철에 친구들이 많은데 이제는 적으로 싸워야 한다. 재밌을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소연이 수원FC와 계약을 맺은 이유는 특별했다. 그녀는 “수원FC가 남자팀 여자팀을 동시에 운영하는 1호 팀이다. 첼시와 운영하는 게 같아서 마음이 이끌렸다.”라고 답했다.
현재 한국 축구계에서 남자팀과 여자팀을 동시에 운영하는 곳은 수원FC가 유일하다. 경주한수원의 경우, 1962년 한국전력 축구단으로 창단했던 남자팀이 있지만, 현재 K3리그에 있는 세미프로팀이다.
특히 수원FC 위민은 이번 시즌부터 기존 수원도시공사라는 이름을 버리고 수원FC와 통합돼 남자팀과 함께 운영하고 있고 지난 4월 25일 WK리그 5라운드 창녕WFC와의 첫 홈경기부터 유료 입장을 시작한 의미 있는 구단이다.
이날 지소연의 입단식에 남자팀 멤버 박주호와 이승우가 축하해주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박주호는 특히 "승우가 부상 중이면 남자 팀에 와서 뛰면 좋겠다. 소연이랑 같이 이벤트 경기를 하면서 축구를 했는데 실력 있다고 생각했다. 남자 선수와 뛰어도 손색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남자팀과 여자팀이 함께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농담이다.
한편 지소연은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는 수원FC와 함께 현재 인천 현대제철이 9연패로 독주하는 리그 판도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인천이 여자축구를 독식하고 있지만, 이제는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제가 왔고 최선을 다해서 수원FC가 인천에게 힘든 상대라는 경각심을 일으킬 것이다, 제가 후반기부터 쭉쭉 치고 올라가서 인천과 좋은 플레이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