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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 가즈오,'5-Tool? 맞습니다!!'

기사입력 2007.10.06 00:50 / 기사수정 2007.10.06 00:50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리틀 마쓰이' 마쓰이 가즈오(31. 콜로라도 로키스)가 폭발했다.

마쓰이는 5일(한국시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4회 초 연전 만루포를 작렬하는 등 5타수 3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0:5 승리에 공헌했다.

2003년 말 3년간 2100만 달러의 고액으로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었던 마쓰이.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일본의 팬들을 실망시키는 동시에 메이저리그에 '동양인 내야수는 안된다.'라는 선입견을 심기도 했다.

동양인 내야수에 대한 선입견은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이구치 타다히토(34.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의해 조금 걷혀지긴 했다. 그러나 마쓰이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까지 걷어내지는 못했다.

2000년 일본 야구인들이 뽑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선수'로 맨 먼저 꼽은 타자는 오릭스 블루웨이브의 '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34. 시애틀 매리너스)가 아닌 세이부 라이온스의 '리틀 마쓰이' 마쓰이 가즈오(31.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빠른 발을 이용한 넓고 광대한 수비범위, 최고 149km/h를 기록한 강한 어깨, 2000년 .332 36홈런 33도루(성공률 100%)로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8번째 '3할-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다재다능함. 특히, 최고의 발 빠르기가 아니었음에도 높은 도루 성공률을 자랑한 것은 놀라웠다.

마쓰이의 50m 주파기록은 5.7초, 한 베이스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3초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도루 1위(52개)를 기록한 이대형(24. LG 트윈스)이 베이스 사이를 3.1~3.2초에 주파하는 것을 감안할 때 발이 엄청나게 빠른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 투수의 투구폼을 잘 빼앗았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상대 수비수의 태그를 가볍게 피하는 능력이 일품이었다. 그의 야구센스가 탁월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좋은 운동능력과 야구 센스, 거기에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장타력까지 겸비하게 된 '리틀 마쓰이'. 일본의 야구팬들은 마쓰이의 메이저리그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큰 기대를 모으며 2004' 시즌 셰이 스타디움에 입성한 마쓰이. 그러나 그의 메이저리그 첫 해는 실망 그 자체였다. 마쓰이의 유격수 수비는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 특유의 '기본을 바탕으로 한 수비'였다.

다급한 와중에서는 'bare-hand play' 같은 순간적인 수비가 중요했으나 마쓰이는 글러브에 오른손을 갖다댔다가 송구로 가져가기 일쑤였다. 송구 동작이 간결한 편도 아니었던 마쓰이는 결국 느린 수비 동작과 24개의 실책으로 '내야의 블랙홀', '물어깨'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발빠른 타자 주자는 조금 깊다 싶은 유격수 땅볼 타구에도 1루에 안착하기 수월했다. 한솥밥을 먹던 노장 좌완 톰 글래빈(40)은 이로 인해 경기 중 그에게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일본 퍼시픽리그 선수들의 운동능력에 비해 메이저리거들의 운동능력이 한 수위였던 것을 감안하지 못한 마쓰이의 패착이었다.

또한, 세이부에서의 마지막 해이던 2003' 시즌 변신을 꾀했던 것도 메이저리그에서는 독이 되었다. 마쓰이는 2003년 .305 33홈런 84타점으로 겉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더 파고 들어가 보면 분명 커다란 단점이 나왔다.

마쓰이는 자유계약으로 풀리는 마지막 해 장타력으로 승부를 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 '한 방'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마음가짐으로 배트스피드가 느려지면서 간결하게 끊어치는 타격감을 잃었다. 파워를 키우면서 순발력은 떨어졌고 '장타자로의 변신 시도'도 완벽한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메츠에서의 세 시즌 동안 .256 11홈런 22도루로 이른바 '먹튀'가 되었던 마쓰이. 결국, 마쓰이는 2006년 6월 콜로라도의 유틸리티 플레이어이던 엘리 말레로와의 맞트레이드로 로키산맥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마쓰이가 콜로라도에서 한 시즌 반 동안 올린 성적은 .300 6홈런 40도루. 마쓰이는 장타력을 포기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126경기 동안 실책도 6개로 대폭 줄이며 수비에서도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와의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마쓰이는 '그랜드슬램'을 작렬,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아직까지도 일본 야구팬들이 가졌던 엄청나게 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장타력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접은 상태에서 터뜨린 이 한 방은 마쓰이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정확하게 포인트를 맞추면서 홈런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던 2000년의 모습을 다시 재현하기 시작한 것.

스포트라이트가 빗겨가던 와중에서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마쓰이. 그가 다시 일어나 콜로라도의 '기적 행진'을 이끄는 동시에 '5-Tool' 내야수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MLB.COM>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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