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연상호 감독이 배우 故 강수연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서 고 강수연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유지태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의 추도사로 시작됐다. 이어 임권택 감독, 배우 설경구, 문소리의 추도사가 진행된 후 연상호 감독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의 유작이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는 "2011년 제가 만든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영화제를 방문했고, 운 좋게 몇 개의 상을 받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프로듀서와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칸 영화제 관계자가 날 부르더라"면서 "누군지도 모르고 만났는데 그 관계자는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저는 영어를 할 줄 몰라서 'I can't speak English'를 반복했다. 그때 강수연 선배님이 다가와서 통역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전 그 때 칸 영화제 관계자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단 하나의 의문만 남아 있다. '어째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가 통역을 자처하셨을까?'하는 점"이라며 "강수연 선배님은 영화제 일을 하며 한국 영화가 세계에 알려지길 바랐고, 자기 일처럼 나섰다. 마치 자신이 한국 영화인 것처럼. 강수연 선배님 그 자체가 한국 영화였다. 무거운 멍에를 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이'를 함께하게 될 당시를 회상한 연상호 감독은 "몇년 전쯤 한 영화를 기획했다. 한국에선 아직 잘 시도되지 않는 SF 장르였고, 새로운 시도여서 두려움도 컸다. 도대체 어떤 배우와 이 시도를 해야할까 했다. 그 때 머리속에 떠오른 배우가 강수연 선배님"이라며 "한국영화의 아이콘이자 독보적인 배우 강수연과 함께 해야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다른 배우는 떠오르지 않았다. 용기를 내서 강수연 선배님께 시나리오를 보내드리고 선배님이 '그래 한 번 해보자' 하셨을 때 저는 뛸듯이 기뻤다. 마치 저에게 든든한 빽이 생긴 것 같았다. 당시에도 강수연이란 거대한 배우가 제가 이렇게 각별한 사이가 될 줄 몰랐다"고 전했다.
"이 영결식이 끝나고 저는 선배님과 영원한 작별을 하는 대신 작업실로 돌아가 선배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새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밝힌 연상호 감독은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선배님, 선배님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선배님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배님의 새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끝까지 동행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제가 선배님의 든든한 빽이 되어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전날인 7일 오후 3시경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봉준호 감독을 시작으로 임권택 감독, 연상호 감독, 윤제균 감독, 강우석 감독, 임순례 감독, 민규동 감독, 김의석 감독, 양익준 감독, 배우 김혜수, 이미연, 김윤진, 유해진, 이병헌, 고수, 박해일, 예지원, 엄지원, 정유미, 김민종, 심은경, 류경수 등 영화인들이 차례로 빈소를 방문, 고인을 기렸다. 이 뿐 아니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인이자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종환, 김부겸 국무총리도 빈소를 방문했다.
한편, 故 강수연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돼 경기도 용인공원에 안치된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영진위 공식 유튜브 캡처, 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