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정지연 감독은 '앵커'를 통해 처음으로 상업영화에 데뷔하게 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출신인 정지연 감독은 단편 '숭고한 방학'(2008), '봄에 피어나다'(2008), '소년병'(2013), '어떤 생일날'(2013), '감기'(2014) 등을 연출해왔다. '봄에 피어나다'로는 서울독립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제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앵커'는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자식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지난 2019년 11월 촬영 시작 후 크랭크업 했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관객들을 마주하게 됐다.
정지연 감독은 14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요즘 잠을 잘 못잘 정도다"라고 쑥스럽게 웃으며 "관객들과 만나는 것을 그렇게 바라왔는데, 너무 떨리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들고 행복하면서도 긴장되는 마음이 같이 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저에게 정말 아무 것도 없을 때, 진짜 시나리오밖에 없었는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에서 투자를 결정해주셨을 때 진짜 기뻤었다"고 떠올리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앵커'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 분)에게 누군가 자신을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녀에게 벌어지는 기묘한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장편 데뷔작으로 스릴러 장르를 택한 이유로는 "원래 꼭 이런 장르로 데뷔를 하고 싶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물을 구상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로 제일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뉴스를 계속 보면서 앵커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고, 앵커 직업에서 보이는 외면의 것 이외에 다 보이지 않는 인물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또 정지연 감독은 영화 속에서 딸의 성공에 집착하는 엄마 소정 역을 연기한 이혜영의 캐릭터를 언급하며 "대중 영화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단순히 희생적인, 혹은 나쁜 엄마로 다루는 시선이 즐겁지는 않았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다룰 수 있지만, 그것이 너무 정형화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던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의 주제와 가깝기도 한 양가적인 감정, 여자도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그 양면성을 받아들일 때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6년 정도를 '앵커'와 함께 하며 '저는 제가 '앵커'를 낳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넉살을 부린 정지연 감독은 영화 속에서 결혼 등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부분이 그려지는 것을 언급하며 "제게 사회생활이란 감독이 되는 과정이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다는 것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것 같다. 감독이 되는 것이 너무 숙제같이 힘든 일이었고, 그래서 이것들이 양립할 수 없는 욕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지금은 너무 오랫동안 쓰고, 만들어 온 앵커를 떠나보내는데 집중하고 있어서, 그것을 비워내야 다음 것들을 또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전하며 "제가 이후에도 이야기하고 싶은 하나가 있다면, 온전히 엄마의 입장에서의 장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항상 여성의 이야기를 장르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일단 관객 분들이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그런 사명감을 갖고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앵커'는 20일 개봉한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