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혜영과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의 '소설가의 영화'를 통해 편안한 호흡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소설가의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27번째 장편영화로, 지난 2월 열린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전작인 '당신얼굴 앞에서'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혜영,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비롯해 홍상수 감독과 꾸준히 작품을 함께 해오고 있는 김민희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서영화, 권해효, 조윤희, 기주봉, 박미소, 하성국 등 앞선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에서 호흡을 맞춘 이들도 힘을 보탰다.
영화는 이혜영이 연기한 소설가 준희의 시선을 따라간다. 잠적한 후배의 책방으로 먼 길을 찾아간 준희는 이후 혼자 산책을 하고, 영화감독 부부 효진(권해효), 양주(조윤희)와 배우 길수(김민희)를 만난다. 이후 준희는 길수에게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설득한다.
영화는 이전의 홍상수 감독의 작품처럼 92분의 러닝타임 동안 일상 속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눈에 띄는 것은 각자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홍상수 감독 작품 특유의 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이혜영과 김민희가 보여주는 편안한 매력이다.
이혜영은 실제 대중이 바라보는 당당함 넘치는 이미지처럼, 극 속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표현된다. 자신의 귀에 계속해서 꽂히는 주위 사람들의 "카리스마 있다"는 말에는 "사람들 카리스마란 말 참 좋아한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효진·양주 부부와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듯 하다가, 태연한 목소리로 오목조목 날카롭게 이를 반박하는 이혜영의 얼굴을 통해서는 아이러니한 유쾌함까지 더해진다.
길수의 재능이 아깝다며 "많은 감독들이 길수 씨를 기다리고 있다"고 길수의 복귀를 바라는 효진에게 준희는 "뭐가 아깝다는 것이냐"면서 "자기 인생을 갖고 자기가 판단해서 사는 것이다"라고 일침한다.
가죽재킷 차림으로 꾸민 듯 안꾸민 듯, 특유의 패셔너블한 분위기를 살린 모습으로 등장한 김민희는 "유명한 배우였죠"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간다. 흑백으로 촬영된 영화 속 후반부에는 잠시 컬러 화면이 등장해 꽃과 함께 한 김민희의 얼굴이 가까이에서 비춰진다.
'전에는 강박같은 것이 있었는데 강박이라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괜찮은 것 같다'든지, '생활 속에서 만족하는 것을 늘려가 보자. 늙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며 작품 속 캐릭터들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지막이, 간접적으로 전하는 듯한 홍상수 감독의 화법도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21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사진 = (주)영화제작 전원사, 콘텐츠판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