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정우가 '뜨거운 피'를 촬영하며 고민했던 시간들을 털어놓았다.
정우는 2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뜨거운 피' 인터뷰에서 영화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 분)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다.
'뜨거운 피'에서 정우는 평범한 삶을 꿈꾸는 구암의 실세 희수 역을 연기했다. 만리장 호텔 사장 손영감(김갑수) 밑에서 구암의 온갖 잡일을 처리하던 희수는 나이 마흔이 되도록 모아둔 돈도 없이 도박판을 전전하는 자신의 인생에 회의감을 느낀다.
사랑하는 여자와 평범한 삶을 꿈꾸며 건달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 하던 무렵 구암을 차지하려는 자들이 접근해오고, 구암을 여전히 쥐고 있으려는 손영감과 새롭게 구암을 노리는 오랜 친구 영도파 철진(지승현) 등 앞날을 전혀 모른 채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이날 정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계속 되고 있는 현재 영화를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 "어려운 시국에 개봉하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를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 덕에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게 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함께 호흡한 선배, 후배, 동료 배우들을 언급하며 "김갑수 선배님을 비롯해서 윤지혜, 최무성 선배님과 (이)홍내, (지)승현이, 그리고 정말 대사 한 두마디밖에 없던 후배들까지도 호흡이 좋았던 현장이었다"고 떠올렸다.
'뜨거운 피'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 '뜨거운 피'를 바탕으로 스타 작가 천명관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정우는 "시나리오는 이성적으로, 머리로 선택했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좀 이끌렸었다. 제가 지금까지 느와르라는 장르를 해 본 적이 없다. 제가 연기를 하면 느와르가 어떻게 표현이 될 지, 어떤 영화가 나올 지 궁금했었다"고 말했다.
또 "부산 배경이고, 부산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나 기존에 제가 보여줬던 모습들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도 있었다. 전형적인 시나리오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의 의문은 가지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전혀 전형적인 시나리오의 느낌이 아니었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을 할 수는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선택한 작품이었다. 또 한 인물의 서사를 말씀드리는 작품이다 보니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한 작품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관객들이 이질감 없이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한 정우는 "나만의 희수를 그려보고 싶었다. 느와르라는 장르라고 하지만,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것이 아닌 일상적이고 평범한 인간의 모습에서 변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투리 연기에 대해서도 "언어라는 것이, 사투리를 쓰냐마냐를 떠나 시야를 좀 더 넓게 보면 말이라는 것 자체가 감정의 전달 수단 중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부산 출신이다 보니까 표현을 하는데 있어서 과정이 좀 간결해지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전체적인 영화의 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가벼워보이지 않게, 떠보이지 않게끔 현장에서 계속 집중해서 읊었었다"고 떠올렸다.
촬영 내내 어느 한 순간도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 정우는 "액션 신에 바닷가 촬영까지, 촬영 자체도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촬영 외적으로도) 저희 영화가 투자되기까지 난항이 있던 과정을 제가 또 알고 있었기에 주연으로서 가져야 하는 부담감도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 "저의 원톱영화기 때문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부담감도 있고, 또 제 안에서는 잘 해내고자 하는 열망도 많이 끌어올라 있는 상태였다. 잘하고 못하고의 모습은 둘째치더라도, 작품을 대하는 자세와 과정에 있어서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것이 그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떻게 해야 더 날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저에게 첫 작품이 아니지 않나.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한 지라, 연기를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그 익숙함을 가지고 편하게 하루하루 생활할 수는 없었다. 작품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긴 한데, 이 '뜨거운 피'는 현장에서 웃으면서 유쾌하게, 장난처럼 임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손에 피를 묻히고 있고 칼을 들고 있고, 또 주변에는 전부 쇳덩이가 있다"고 말했다.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들을 제 눈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을 더한 정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희수의 눈은 맑은 적이 없다. 항상 충혈돼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그래서 더 불안하더라. '이 맑은 눈으로 연기를 하면 튈텐데'라는 생각이었다. 항상 볼은 홀쭉해야 했었기에 라면 한그릇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물론 입맛도 없었었지만, 진짜 좋아하는 음식 하나를 제대로 먹지를 못하겠더라"고 토로하며 "오히려 홀쭉하고 거친 제 얼굴, 충혈된 눈을 보면서 안심아닌 안심을 했었다"고 얘기했다.
정우는 '뜨거운 피'가 자신에게 성장통을 준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재심', '이웃사촌' 등 제게 그런 느낌을 준 작품들이 앞서도 있었지만, 가장 큰 성장통을 준 작품을 꼽으라면 '뜨거운 피'가 아닐까 싶다. 때로는 감독님과 배우들에게 에너지를 받을 때도 있었고, 이야기에 에너지를 받을 때도 있었는데 이 작품의 희수는 굉장히 안타깝고 쓸쓸했었다. 홀로 감당해야 하는것이 많더라"고 밝혔다.
최근 tvN 새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 출연 소식을 전한 정우는 "'멘탈코치 제갈길'은 굉장히 유쾌하게 잘 촬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우라는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재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뜨거운 피'를 비롯한 차기작 속에서 전해질 자신의 새로운 모습들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뜨거운 피'는 23일 개봉한다.
사진 = (주)키다리스튜디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