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다 큰 어른들이 치고 받고 피 튀기는 액션물에도 성장 서사가 있다.
tvN 금토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이하 '배앤크')가 28일 막을 내렸다. '배앤크'는 유능하지만 '나쁜 놈' 류수열(이동욱 분)이 정의로운 '미친 놈' K(위하준)를 만나 겪게 되는 인성회복 히어로 드라마.
이날 치료감호소에 붙잡혔던 류수열(이동욱 분)은 탈출에 성공했다. 탈주범이 된 류수열은 이희겸(한지은), 오경태(차학연), 양재선(차시원)에게 발각됐고, 네 사람은 신주혁(정성일)으로 정체를 숨긴 정윤호(정성일)를 잡기 위해 공조를 시작했다.
그러나 신주혁(정성일)은 자신의 심리적 약점을 캐는 류수열에게 역공을 가했다. '마음수리공' 염근수(최광제)를 위협했고 모친 서승숙(강애심)의 정신을 흔들었다. 정윤호는 류수열이 자신의 존재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자 류수열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류수열은 끝까지 살아남았고 정윤호를 응징했다. K의 도움 없이도 자신을 믿고 다른 이들을 구한 류수열은 광기 어린 웃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고, 마음 속에서 K를 찾았다. K는 "갈 데가 됐다"며 이별을 고했다.
결국은 자신을 지켰던 것도, 위로했던 것도, 일으켜 세웠던 것도, 정신을 차리게 만든 것도 류수열 자신이었던 것. 스스로를 믿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류수열은 K도 자신임을 인정했다.
류수열은 K의 존재를 함정 수사를 위한 전략으로 취급하는 이들에게 "진짜였다. K는 진짜 있었고 저와 함께했다. 확실히 미친 놈이었지만 또 아주 좋은 놈이었다. 있었던 놈을 없었다고 할 수 없지 않겠나. 저와 함께했고 저는 그 놈이 좋았다"며 자리를 떠났다. 정윤호는 용사장(김히어라)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1년 후, 류수열은 비리 경찰이 아닌 비리를 캐는 경찰로 활약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 드라마였다. 배드는 이동욱, 크레이지는 위하준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이중인격'이라는 반전이 있었다. 극 초반에 밝혀졌음에도 1인 2역이 아니었기에 신선했다. 특히 이동욱과 위하준의 케미가 빛을 발했다. 능청스럽고 정신 사나운 두 사람의 '진짜 광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액션과 선명한 연출, 그리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나쁜 놈, 미친 놈, 나쁘고 미친 놈, 그런 놈들을 잡는 놈들까지.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함께 가정폭력, 가스라이팅 등의 사회적 이슈가 소재로 등장했다. '배앤크'에서는 '미쳤다'는 말을 부정적 의미로만 쓰지 않았지만 '나쁜 것'은 정말 나쁘게만 썼다. 나쁜 짓을 할 때는 미친 놈이 나타나 정의의 사도처럼 굴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미친 놈이 되기도 했다.
'배앤크'는 이동욱의 대표작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이동욱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류수열 캐릭터를 '금쪽이'라고 표현했다. 이동욱은 "수열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같이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제가 더 크지는 않겠지만. 키워주십시오"라고 말한 바 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스포를 세게 당한 셈이다.
이동욱은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을 만큼 다양한 얼굴을 선보였다. 이동욱의 '안광이 비치는 돌아버린 눈빛'을 매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을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K와 이별했을 때, 과거를 피하지 않고 바라보게 됐을 때를 표현한 이동욱의 모습은 이 드라마를 관통했다. 우리의 달라진 금쪽이, 수열의 모습이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다.
류수열과 이희겸(한지은)의 러브라인이 과하지 않았던 것 또한 포인트가 됐다. 러브라인이 류수열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았기에 더욱 돋보였고, 두 사람의 미래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배앤크'는 마지막회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놀라운 토요일'을 언급한 대사는 물론, 2화를 떠올리게 하는 데칼코마니 엔딩 신이 눈길을 끌었다. '배앤크' 세계관 속에서라도 수열이와 친구들이 나쁜 놈들을 혼쭐내주고 있길 바라며.
사진=tvN 방송화면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