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8.23 19:56 / 기사수정 2007.08.23 19:56
올림픽 대표팀의 최종 예선전이 열린 서울 월드컵 경기장. 전반전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 전광판에 낯익은 이름 하나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문구 하나가 새겨졌다. 서정원, '세오'라는 별칭으로 더 자주 불리며 대한민국의, 그리고 수원 삼성의 영웅으로 군림했던 그. 그런 그가 축구화를 벗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또 하나의 영웅이 축구와의 이별을 고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 우즈베키스탄과의 올림픽 최종 예선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전반 45분이 종료된 뒤, 그라운드에는 작은 단상 하나가 놓였다. 곧바로 한 여성과, 파랗고 붉은 유니폼을 챙겨 입은 세 어린이가 그 단상 근처에 섰다. 그리고 장내 아나운서는 한 영웅의 은퇴를 알렸다.
서정원, 아마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1994년 미국 월드컵, 스페인전에서의 그의 골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 골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고 그렇게 차츰차츰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성장해 나갔다.
마지막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내 담담한 표정이었다.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아들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그렇게 밝은 표정이던 그였지만 자신의 그동안의 활약이 담긴 영상이 흘러나오자, 감회에 젖은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수원 시절 팀 후배였던 이운재와 진한 포옹을 나눈 뒤 그는 단상에 올라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축구 선수 생활 중 가장 기뻤을 때는 관중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에서 경기를 할 때였다"라고 운을 뗀 그는 앞으로도 축구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하며 축구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술, 담배는 전혀 하지 않고 탄산음료도 입에 대지 않는 등 운동선수로서 꾸준한 자기 관리를 몸소 실천하며 어린 선수들의 모범이 되어왔다.
수원 팬에게 물으면 팀의 영웅을 물으면, 항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히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고, 그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여줬었다. 그만큼, 안녕을 고하는 그의 마지막 인사가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슬픔으로 다가왔을 터.
항상 그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아내와 세 아들. 서정원은 가족의 손을 꼭 붙잡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관중과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전광판에서 흘러나왔던 영상에서처럼 그의 축구인생은 이제 막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전반보다 훨씬 멋들어진 후반을 위해 그는 잠시 자신만의 하프 타임을 가지려 한다. 그 잠깐의 하프 타임이 끝나면, 그는 다시 푸른 잔디 내음이 가득한,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끊임없이 외쳐주는 누군가가 기다리는 그라운드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예의 그 호쾌한 미소로 자신을 기다려준 모든 이들에게 반가움의 인사를 전할 것이다.
그 멋진 후반전을 내 눈으로 다시 지켜볼 수 있게 될 그날까지, 그라운드 위에서 울려 퍼지는 당신만의 교향곡을 듣는 그날까지, 세오, 나의 영웅이여.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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