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높은 순위에 지명해 전천후 자원으로 키운 내야수를 내 주고 2살 많은 투수를 영입했다. 2라운드 전체 9순위에 지명받은 유망주였지만 10년 가까이 제대로 풀타임을 뛰어 본 적 없던 선수. 두산 베어스 팬들은 합당한 트레이드였는지 의심했다.
의심의 눈초리는 반년도 되지 않아 사라졌다. 지난해 6월 트레이드로 이적한 홍건희는 개인 통산 최다였던 60경기에 등판해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빛건희'라고 부르는 사람도 늘었다. 올 시즌에는 65경기에 등판해 6승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2.78(74⅓이닝 23자책)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24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지 2년 차였지만 이영하와 함께 두산 마운드를 지탱한 가장 큰 힘이었다.
홍건희는 "트레이드 당시에만 해도 나는 자리를 잡은 선수가 아니었다. 또 부족한 선수이기에 팬의 입장에서는 의구심이 들었을 텐데,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내가 잘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두산에 이적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보여 준 책임감을 높게 평가받아 투수조를 이끄는 자리도 맡았다. 홍건희는 "솔직히 투수조장까지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금 우리 팀에서는 중고참 정도의 위치라서 후배들이 많다 보니 나를 추천해 준 것 같다. 덕분에 두산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책임감을 갖고 이끌어 보자는 생각도 하게 됐다. 후배들은 잘 따라와 주고, 선배들도 편하게 해 주신다. 믿고 맡겨 주신 자리니까 책임감을 더 가지려 했다"고 말했다.
홍건희는 마운드 위에서도 책임감을 보여 줬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무대를 처음 밟아 봤지만, 올 시즌에는 두산의 7년 연속 포스트시즌과 한국시리즈 진출에 앞장서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정규시즌 막판부터 과부하가 심했던 마운드를 앞장서서 지켰다. 김태형 감독이 "건희와 영하가 무너지면 지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홍건희의 책임감이 크게 드러난 건 지난해 11월 9일 대구에서 치른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였다. 당시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서 홍건희가 3이닝을 책임져야 했는데, 1실점으로 막으면서 두산에게도 기회가 갔다. 홍건희는 "포스트시즌에 그렇게 잘 던진 경험이 없다. 던지고 나서 인터뷰를 하는데 '내가 이렇게 잘했구나'라고 하며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잘 막으면 승기가 넘어 와 한국시리즈에 갈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어서 더 집중했고, 더 힘 있게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트레이드로 이적해 빛을 본 케이스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하며 성적이 나쁘지 않게 나왔고, 한 시즌을 잘 치르다 보니 이 팀에 완전히 적응했다. 올 시즌에는 2020년보다 편하게 시즌을 치렀다. 더불어 성적도 따라 왔고 중요한 위치에 믿고 기용해 주시니까 더 잘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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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