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그야말로 ‘억’소리가 난다. 15명의 자유계약선수(FA) 중 14명이 계약을 마친 가운데, 약 971억 원의 돈이 오가며 역대급 FA 광풍을 일으켰다. 여기에 이적한 선수들의 보상금까지 포함한다면 규모는 1,043억 원까지 늘어나며, 정훈의 계약 여부에 따라 훨씬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억’ 소리를 천 번 이상을 외쳐야 할 정도의 엄청난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충격적인 건 금액 규모뿐만이 아니다. 나성범(NC→KIA), 손아섭(롯데→NC), 박병호(키움→KT), 박해민(삼성→LG), 박건우(두산→NC) 등 원클럽맨이 될 줄 알았던 선수들이 FA 광풍 속에 대거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프랜차이즈라는 상징성이 희미해졌고, 합리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아이러니한 투자가 이어지며 FA 시장 흐름을 크게 바꿔 놓았다.
◆ '큰 손의 귀환' KIA-NC
이번 이적시장에서의 큰 손은 역시 KIA와 NC였다. KIA는 나성범에게 총액 150억 원(6년)을 안기며 FA 최대어를 낚은 데 이어, 미국에서 돌아온 양현종을 4년 103억 원에 잡으며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나성범을 놓친 NC는 박건우와 6년 100억 원, 손아섭과 4년 64억 원에 계약을 맺으며 분노의 영입에 나섰다.
큰 돈을 쓴 만큼 효과는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홈런 타자가 부족했던 KIA는 기존 거포 최형우, 황대인에 나성범까지 가세하면서 무게감이 확 달라졌다. 확실한 선발 한 축이 필요했던 양현종의 가세도 든든할 전망. NC는 나성범과 알테어가 빠지면서 파워가 빠졌지만, 통산 3할 타율에 컨택과 출루가 뛰어난 외야수들을 품에 안으며 전력을 강화했다.
◆ '약점 보완' KT-'외야 부자' LG
또한 우승팀 KT도 내부 FA 황재균과 장성우를 각각 4년 60억 원과 4년 42억 원에 잡은 데 이어 홈런왕 출신 박병호에게 3년 30억 원이라는 금액을 과감하게 투자하며 타선의 무게감을 더했다. KT 역시 허도환(LG)을 제외한 우승 멤버들을 대부분 잔류시킨 데 이어, 약점으로 꼽혔던 장타를 박병호 영입으로 메우면서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LG도 합리적인 투자로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LG는 국가대표 외야수 박해민을 4년 60억 원에 영입하며 더욱 탄탄한 수비진과 까다로운 테이블세터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포수 김재성을 보상선수로 내주면서 안방 공백이 생겼지만, 발빠르게 FA 허도환을 2년 4억 원에 품에 안으며 구멍을 메웠다. 여기에 내부 FA 김현수와는 4+2년 총액 115억 원에 잔류시키면서 출혈 없이 2021년을 마무리했다.
◆ 현상 유지 혹은 전력 약화? 미묘한 삼성-한화-두산
삼성은 내부 FA를 잔류시키는 데에만 주력한 결과 투수 백정현을 4년 38억 원에, 포수 강민호를 4년 36억 원에 잔류시켰다. ‘주장’이자 주전 외야수, 리드오프 박해민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대신 삼성은 NC와의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김태군을, 박해민의 보상선수로 포수 김재성을 품에 안으며 안방 뎁스를 강화했다.
반면, 한화와 두산은 현상 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한화는 내부 FA 포수 최재훈만 5년 54억 원에 잔류시키는 데 만족해야 했고, 박건우를 NC에 뺏긴 두산은 김재환을 4년 총액 115억 원에 앉히며 위안을 삼았다. 별다른 출혈이 없었던 한화는 기존 전력의 성장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고, 또 FA 출혈을 겪은 두산은 공백이 생긴 외야 한 자리 공백을 메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보상선수로 좌타 1루수 자원인 강진성을 얻는 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 'FA 빈 손' SSG-키움,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
내부 FA가 없었던 SSG와 박병호를 뺏긴 키움은 FA 시장에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다. SSG는 FA 시장 대신 내부로 시선을 돌려 KBO리그 최초로 비(非) FA 선수들과 계약을 맺으며 내부 단속에 충실했다. 투수 박종훈을 5년 65억 원에, 투수 문승원을 5년 55억 원에 잡았으며 외야수 한유섬을 5년 60억 원에 미리 계약하며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반면, 키움은 주전 1루수이자 ‘주포’ 박병호를 보상 선수 없이 놓치면서 전력에 구멍이 생겼다.
◆ FA 광풍, 아직 한 발 남았다…롯데와 정훈은 과연?
마지막으로 롯데는 아직 FA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FA 선수 정훈과의 협상을 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 FA 자원인데다, 2명 미만의 FA 계약을 맺은 구단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 손아섭을 잃은 롯데는 정훈의 계약 여부에 따라 이번 시즌 구상이 확 달라질 예정이다. 아울러 정훈의 계약 여부에 따라 FA 총액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상금 포함 1천억 원 이상의 돈이 오간 가운데, 전력을 강화한 팀도 있고 오히려 약화된 팀도 있다. 어떤 팀이 이번 FA 광풍을 발판 삼아 날아오를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지난 시즌보다 순위 판도가 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1천억 원이 넘는 이번 FA 광풍이 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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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