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하지원 기자) 배우 이세영이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뛰어난 완급 조절로 절제미를 자아내며 극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13회에서는 이산(이준호 분)을 연모하면서도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그 마음을 밀어내는 성덕임(이세영)의 먹먹한 연기가 엔딩을 장식하며 남은 회차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 날 방송에서 산의 배려로 복연(이민지)을 궁에서 재회한 덕임은 이산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산의 표정이 어둡자 덕임은 “역당의 배후를 알아내셨냐”고 물었고, 이어 “전하의 안위를 해치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며 발본색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덕임은 역당의 배후에 이산의 이복동생인 은전군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됐다.
그 날 밤 영희(이은샘)에게 “오늘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운을 뗀 덕임은 “복연이를 보고 들떠서 ‘전하의 은혜에 망극하다, 소인 역시 전하의 안위를 염려한다’ 괜히 생색내고 싶었어. 그래서 역당들 무리를 남김없이 처단하시라고 했어. 그런데 그 역당 무리에 은전군이 있었대. 난 전하께 어서 빨리 형제를 죽이시라 권한 셈이 됐어” 라며 스스로의 언행을 자책했다. 이어 “전하 곁에서는 말 한마디도 함부로 할 수 없어. 가끔 숨이 막힐 것 같다”고 울먹이며 산의 마음을 온전히 받을 수 없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한편 덕임이 혜경궁(강말금)에게 “후궁이 될 마음이 없다”고 말한 사실을 알게 된 이산은 덕임을 원망하며 후궁이 되지 않으려 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덕임은 “제 것이 전부 사라집니다. 누군가에게 전부를 내어준다면 그 사람의 전부를 받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는 그리 하실 수 없는 분이시지요. 전하께는 전하의 일상 속에 하찮은 여인 하나를 덧붙이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전 제 보잘것없는 일생 전부가 흔들리고 두 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잃을까봐 두렵습니다.”라고 답했다. 산이 “내 마음을 잃을까봐 두렵냐”고 물었고, 덕임은 “저 스스로를 잃을까봐 두렵다”고 답했다.
이후 대비(장희진)의 주도로 홍덕로(강훈)의 누이인 원빈 홍씨가 이산의 후궁으로 간택됐다. 원빈의 처소로 향한 이산을 기다리는 덕임의 표정 위로 “이 곳에 앉아 밤새 전하를 기다리는 일은 그저 내게 주어진 임무일 뿐. 그러니까 다른 생각은 할 필요 없어. 기다리는데 익숙해져야만 해. 나는 그저 지존을 모시는 궁녀일 뿐이다.” 라는 나레이션이 담담하게 흘러 먹먹함을 더했다. 이세영의 절제된 목소리와 눈빛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이세영은 극이 후반으로 향할수록 절제미와 아련함을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특히 신분에 따라 선택지가 크게 줄었던 조선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성덕임은 보기 드물게 주체적인 사극 여성 캐릭터이며, 이세영은 자신의 오랜 내공을 발휘해 이 독보적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동료들과 있을 때 유쾌하고 따뜻한 모습에서부터, 신하로서 주군에게 충성하는 마음, 여인으로서 이산을 연모하는 마음,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연모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절제하는 모습까지, 이세영은 매 장면 성덕임 그 자체로 분한다.
특히 ‘옷소매’ 후반 이세영의 활약은 극 초반 쾌활하고 당차던 생각시의 모습과 완전히 대비돼 더욱 눈길을 끈다. 이와 같은 열연에 힘입어 이세영은 4주 연속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를 기록하는 등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옷소매 붉은 끝동’ 14, 15회는 오늘(25일) 오후 9시 50분부터 연속방송 된다.
사진=MBC ‘옷소매 붉은 끝동’
하지원 기자 zon122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