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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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을 빼앗긴 부산 '15일간의 천국'

기사입력 2007.08.04 02:23 / 기사수정 2007.08.04 02:23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부산 아이파크의 팬들은 박성화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부산이 예전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구도' 부산이라 불리며 구기 종목이 호사를 누리는 부산이지만, 그것은 결코 축구에까지 적용되지 않는다. 항상 축구보다 야구가 먼저였고 로얄즈 시절의 영광은 을씨년스럽기만 한 부산 월드컵 경기장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부산 팬들은 항상 언젠가는 예전의 영광을 재현해 줄 누군가가 나타나리라 믿었다. 좋지 않게 팀을 떠나가긴 했지만 두 외국인 감독이 조금씩이나마 영광을 위하여 팀의 기반은 충분히 잡아놨다고 여겼기 때문. 박성화 감독은 그 영광이 재현시켜줄 감독으로서 부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취임 후 언론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열의' 그 자체로 보였다.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체력운동을 시키며, 새로운 부산으로 거듭나겠다는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새로 취임한 감독의 열의, 그것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겠다지만 그 누가 반기지 않으랴.

그러나 이를 바라보던 부산 팬들의 기쁨은 보름도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박성화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기사가 발표되었다. 그가 한 프로팀의 수장을 맡은 지 보름도 되지 않아 나온 결정이다. 팬들은 물론 부산 구단까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후기리그 개막이 5일 뒤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부산 구단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부산 팬들은 구단 홈페이지를 찾았다. 이미 구단 홈페이지에는 박성화 감독은 물론 부산 프론트에게까지 비난 여론이 일고 있었다. 안병모 단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이런 비난 여론이 가득한 게시판의 페이지를 세 번 정도만 넘기면 박성화 감독의 취임을 축하하며 기뻐하는 부산 팬들의 글이 가득하다. 결국, 페이지가 채 넘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부산은 천국과 지옥을 모두 맛보고만 것이다. 누가 이들을 이 지경으로까지 만든 것인가.

부산 프런트의 심정은 분노를 넘어 참담할 지경이다. 에글리 감독의 돌출적인 사임으로 한 차례 폭격을 겨우 수습해 한숨 돌리려는 찰나에 다시 큰 폭격을 맡았다. 당장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도 막막하다.

대표 축구의 근간은 프로 축구라 한다. 올림픽 대표가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다 하나 결국 프로팀 소속 선수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나라의 전반적인 축구 행정을 담당하고 조율해야 할 축구 협회의 이번 처사는 프로팀을 무시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당장 수장을 뺏긴 부산은 어떻게 되든 말든 올림픽 대표팀만 살면 된다는 것인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주워담을 순 없어도, 다시 엎질러지지 않게 밑바닥부터 단단히 고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 밑바닥을 고정하는 역할은 그 누구도 아닌 축구협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은 아마, 변하지 않을 사실일 것이다.     

[사진=3일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박성화 감독ⓒ엑스포츠뉴스 이우람 기자]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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