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모든 게 바뀐 해였다. SSG 랜더스라는 팀명, 35번이라는 번호, 그리고 한유섬이라는 이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한유섬의 투지였다.
한유섬은 올 시즌 135경기에 나서 123안타 31홈런 95타점 71득점, 타율 0.278을 기록했다. "기록은 둘째 치고 별 특이사항 없이 한 시즌을 풀로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게 한유섬의 자평. 하지만 이내 "팀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최종전까지 피 말리는 경기를 하다 허무하게 탈락한 부분이 계속 생각이 난다"고 아쉬워했다.
시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경쟁했던 SSG였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던 이때, 가래톳으로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음에도 한유섬은 누상에 나가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다. 그는 "다리가 아프다는 인식이 있고 절뚝거리니까 열심히 뛰는 것처럼 보인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너무 이기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시즌을 끝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통증이었다. 10월 20일 문학 NC전, 붕대를 감고 선발 출전했던 한유섬은 갑작스러운 고통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경기에서 빠진 뒤 병원으로 향했다.
한유섬은 "처음엔 햄스트링이 불편했는데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참다 보니까 부위가 사타구니 쪽으로 바뀐 듯했다. 정밀검사를 하면 병명이 나오지 않나. 그럼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간단한 검사만 하겠다고 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 힘줄 쪽 손상이 있다는 소견이 나왔고, 주사를 맞고 며칠 안정을 취하면 치는 건 가능할 것 같다고 해서 참고 뛰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주사 치료를 받으면서 출전을 감행했다. 한유섬은 "(추)신수 형이 지명타자를 많이 치다가 내가 다리가 아픈 후에 수비 출전이 잦아졌다. 근데 신수 형도 팔꿈치가 안 좋아 캐치를 해도 송구가 안 됐다. 그래서 수비까지 나가고 싶었는데, 아무리 테스트를 해봐도 수비까지는 역부족이었다. 후반기 타격감이 나쁘지 않아 지명타자나 대타라도 뛰고 싶다고 얘기를 드렸다"고 돌아봤다.
그렇게까지 뛰어야 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한유섬은 "(박)종훈이랑 (문)승원이가 빠져있는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선발은 로테이션도 계속 바뀌고, 중간에서 막아주며 고생했다. 야수들도 투수들이 부담을 가지고 있으니까 점수를 최대한 많이 내서 이기는 걸 목표로 한 경기, 한 경기에 임했다. 거기서 내가 시즌을 못 접겠더라"고 얘기했다.
그는 "너무 아깝지 않나. 한 시즌을 그렇게 달려왔는데 순위가 최종전에 결정된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이런 시즌이 또 없을 것 같다"며 "솔직하게 (순위) 격차가 있었다면 나도 조절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손만 닿으면 잡힐 것 같은데 안 잡혔다. 나 하나가 포기하면 나 자신한테도, 팀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컸을 것 같다. 무조건 올라가고 싶었다. 그거 하나밖에 없었고, 단 한 경기라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유섬은 올 시즌 자신의 30호 홈런을 3년 만의 30홈런을 완성하게 한 홈런으로 여기기보다 "팀이 승리할 수 있게 한 중요한 홈런"으로 기억한다. 한유섬은 "그렇게 끝까지 했는데도 아쉽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가게 되면 올해도 올해지만 내년에 더 좋은 작용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모든 선수가 그랬을 텐데, 그래서 어느 시즌보다 더 아쉬웠던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팀과 개인의 부침을 겪어본 한유섬에게 내년은 더 중요한 시즌이다. 한유섬은 "2018년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지만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반짝'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반짝이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만족스럽진 않아도 나름 괜찮은 시즌을 보낸 것 같은데, 저번처럼 주춤하면 안 된다. 올해 성적을 별 탈 없이 이어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잘 준비한다면 좋은 시즌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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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