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오정연은 재산과 권력뿐만 아니라 사랑까지 탐욕하다 파멸을 맛보는 리어왕(이순재 분)의 둘째 딸 리건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붉은 머리로 염색하고 가발을 쓰는 등 외관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연기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정확한 딕션과 악역의 맛을 살린 감정 표현 등이 그간 쏟은 노력을 엿보게 한다.
“첫 드라마인 ‘워킹맘 육아대디’도 악역 느낌이고 처음 한 연극도 억척스러운 역할이에요. 저는 평소에는 순딩하고 털털한데 영화도 억척스러운 역할을 맡아 주위에 어울리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외모적으로나 말하는 게 그런 역할이 맞는 면이 있나 봐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살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힘들긴 했어요. 처음에는 코딜리아(이연희)에 감정이입이 많이 돼 리딩할 때도 코딜리아 말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 리건에 정당성을 갖고 싶었죠. 처음에는 공감도 안 되고 저와의 공통점도 못 찾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배우는 표현해야 하잖아요. 얄밉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믿고 감정 이입하려고 오래 노력했어요. 리건 역에 푹 빠져 이제는 코딜리아가 답답해요.“ (웃음)
‘리어왕’은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불리는 작품 중 하나다. 영국 국왕 리어와 세 딸을 둘러싼 이야기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중인 연극 ‘리어왕’은 원작에 충실한 오리지널 버전으로 공연하고 있다.
이순재, 소유진, 지주연, 오정연, 서송희, 이연희 등 개막 전부터 화려한 라인업으로 이슈를 모았고 전석 매진됐다.
“오픈하기도 전에 전석 매진돼 놀랐어요. 한편으로는 부담감, 책임감이 커요. 순재 쌤부터 전체 배우들에게 거는 기대와 관심이 다들 크시더라고요. 우리가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막바지에는 매일 열 시간 이상 연습했어요. 이순재 쌤은 타이틀롤이고 제목도 ‘이순재의 리어왕’이다 보니 매일 제일 먼저 오셨고 (이)연희도 코딜리아와 광대 역할을 같이 하니 부담이 컸을 거예요. 늘 두 배우가 먼저 오고 계속 대사를 연습하고 모범이 돼줬어요.”
‘리어왕’은 서울대학교 극예술동문 중심으로 창단된 극단 관악극회에서 연기 인생 65주년을 맞은 배우 이순재를 기리기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예술의전당이 공동 주최로 참여했다.
오정연을 비롯해 서울대 동문을 주축으로 구성된 관악극회 출신인 최종률·박용수·김인수·이석우·최기창·김승주·오정연·박재민·박영주·염인섭·이현석·황현주 등이 참여했다.
“관악극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참여한 적 없어 연관은 없었어요. 오디션 콜이 와서 연출님, 제작 대표님과 만나서 리딩하고 인터뷰를 하고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는 고너릴(소유진, 지주연)로 봤는데 리건 역할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해 연습 때 리건 역으로 들어갔어요. 이순재 선생님에게 여러 가지 본받을 점도 많고 언제 또 하게 되실지 모르니 저도 한몫하고 싶었죠.”
‘리어왕’의 주인공 이순재는 원캐스트로 에너지를 쏟아낸다. 88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대에서 열정을 발산한다.
“연세를 자각할 때마다 놀랄 정도예요. 구순을 앞두고 계시는데 생각, 이성, 태도가 너무 또렷하세요. 저도 나이 들어도 연기하고 활동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시고 본보기가 돼주셔 감사해요. 이순재 선생님이 세계에서 가장 고령인 리어왕이라는 점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워요. 이순재 쌤은 꼰대 기질이 없으세요. 여과 없이 얘기하고 의논할 수 있는 분이더라고요. 다 오픈해서 받아주셔서 연세가 안 느껴져요. 곁에서 같이 작업해 행운이고 앞으로 또 함께하고 싶어요.”
배우들의 SNS만 봐도 ‘리어왕’ 배우들의 화목한 팀워크가 느껴진다. 오정연은 “모난 사람이 없어 너무 좋다”라며 끄떡였다.
“더블 캐스팅은 처음이었어요. 같은 역의 서송희 배우와 겹치지 않고 무대에 같이 서는 게 아니어서 경쟁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다른 배우가 연습할 때도 다 와서 보거든요. 오히려 잘한 점, 부족한 점 등 서로 대화를 많이 해 좋았어요.
유진 언니, 연희, 주연이 등 여배우끼리 단톡을 만들어 매일 모니터하고 터놓고 얘기해요. 유진 언니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크신 분이더라고요. 집에 있는 화장품 같은 걸 다 가져와서 배우들에게 나눠 주고 먹을 것도 많이 사주시고요. 연희는 딸들 중 막내임에도 흔들림 없는 성격이에요. 힘들거나 지치거나 할 때도 이성적으로 토닥여줬어요. 이런 동료 배우들을 만난 것도 감사한 일이에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 김한준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